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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똑같은 직업상담사인데…안성은 정규직, 평택은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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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직무여도 ‘민간위탁’은 3단계로 분류

1·2단계와 달리 3단계는 지자체 ‘자율로’

지자체 소극적 태도에 전환 여부 불투명

“정규직 전환 늦어져도 기다렸는데 실망”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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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 일자리센터에서 일하는 직업상담사들은 본래 비정규직인 기간제 노동자였으나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지금은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내 구직자에게 취업상담을 해주고 구인 기업과 연계하는 일을 하는데, 이 업무가 지자체에 상시적으로 지속해서 필요해 1∼2년 단위로 쪼개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안성시 옆 평택시 일자리센터의 사정은 다르다. 평택시 일자리센터에서 일하는 직업상담사 박현미(40)씨를 비롯한 동료 20명은 안성시 직업상담사와 꼭 같은 일을 하지만 여전히 인력알선업체 소속 기간제 일한다. 박씨와 동료들은 정부의 정규직화 계획에 희망을 걸었지만, 지난달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3단계 가이드라인’을 내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들의 정규직 전환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31만명이 넘는 공공부문 기간제·파견·용역노동자를 세 단계에 걸쳐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말 기준으로 이미 1단계 정부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에서 17만7천명, 2단계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등에서 340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상태다.

3단계는 박씨처럼 ‘민간위탁기관’에 속한 노동자들 차례였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를 공공기관에 없는 전문성을 가진 민간기업에 맡기는 ‘민간위탁’은 정규직 전환 예외사유에 속한다. 다만 업체가 별다른 전문성이 없고 인력만 알선하는 형태인 박씨 같은 업무는 전환 대상이 된다. 이들처럼 이미 1단계 ‘용역노동자’에 분류됐어야 하는데 계약명칭이 ‘민간위탁’이라 3단계로 오분류된 경우가 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3단계에서 “계약명칭과 관계없이”, “실태조사를 통해” 2018년 이후 전환 여부를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27일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발표하며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민간위탁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오분류된 용역노동자를 골라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라고 밝혔다. 중앙정부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냈던 1·2단계와 달리 구체적인 지침을 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민간위탁의 형식이 매우 다양해 1·2단계처럼 일률적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21일 민주노총은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반발했다. 1·2단계 전환 때도 개별 기관들은 중앙정부와 달리 소극적 태도를 보여 노동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실제로 지자체는 정규직 전환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평택시도 최근 노동조합 쪽과 만나 “이미 1·2단계에서 무기계약직 너무 늘어나서 부담된다”며 “다른 도시가 먼저 하면 그때 전환해주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박씨처럼 ‘민간위탁’의 형식이지만 사실상 용역으로 일했던 ‘오분류’ 노동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는 “똑같은 직업상담 일을 하는데 안성에 있으면 정규직, 평택에 있으면 비정규직인 게 말이 되냐”며 “정부가 3단계 전환까지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희망고문’ 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1·2단계 전환 때처럼 중앙정부가 나서서 민간위탁 타당성 검토와 오분류된 용역노동자 정규직화를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민간위탁 분야는 실제로 민간영역의 전문성을 위한 위탁부터 인건비 축소를 위한 노무도급 형태의 위탁까지 상당히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오히려 중앙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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