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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인재'였던 포항지진…'조급증' 신재생에너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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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소, 지진 촉발"…태양광·풍력도 문제 가능성

국가 상대 손배소, 포항시민 전체로 물질 피해보상 확대


아시아경제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에 텐트가 가득 차 있다. 이날 대한지질학회는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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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포항지열발전소가 규모 5.4의 포항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항지열발전소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역시 조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에너지 학계 및 산업계에서는 포항지진 정부조사단 발표 이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도 현재로선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셰민 게 해외조사위단장은 전날 "지열정(PX-2) 주입에 의해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규모 5.4의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지하 4300m까지 구멍을 뚫어 물을 주입, 땅 밑에 인공저류층을 만드는 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한 단층대를 자극하면서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발전소 설립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2018년 보급목표의 172%에 해당하는 2989㎿(잠정)의 재생에너지설비를 신규보급했다며 성과를 홍보했다. 특히2027㎿로 전체 신규보급량의 67.8% 차지한 태양광이 이 수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해까지의 신재생에너지 누적설비는 18GW 수준인데 정부의 목표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누적 설비용량 63.8GW)를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도 45.8GW 규모의 설비를 더 보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너지 학계 관계자는 "지금은 태양광 사업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지만 갈수록 적절한 입지를 찾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경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안전성 등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추진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면밀한 안전성 검증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땅값이 싼 산을 깎아 발전기를 설치하면서 지난해 7월 경북 청도 등에서 산사태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에 정부가 산지(山地) 태양광 억제 책을 내놓자 태양광은 논ㆍ밭으로 내려와 경지면적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이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도 문제다. 지난해 5월부터 올 1월까지 20여건 발생하자 결국 정부는 ESS 가동을 중단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로 포항지열발전을 진행한 만큼 정부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이미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이미 작년 10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이들은 향후 소송참여인원을 포항시민 전체로 확대해 물질적 피해보상까지 요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열반전 사업을 주도했던 넥스지오는 포항지진 직후인 지난해 1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보험도 들지 않아 사실상 배상능력이 없는 셈이다. 발전소 주변에서 63차례 발생한 크고 작은 지진을 정부가 보고받고도 사업을 강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는 감사원의 국민감사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정부도 책임을 인정하곤 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조사단 발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국가를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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