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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포항지진' 김광희 "포항 지열발전소, 150여 차례 미소지진 있었을 때 가동 멈췄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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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해 2월21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경북대학교 지진특화연구센터 전문가 토론회에서 김광희 부산대학교 교수가 나서 포항 및 경주지진의 특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지질 전문가 김광희 교수(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가 정부조사연구단 조사 결과 2017년 11월 규모 5.4의 포항 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지목된 포항지열발전소에 물을 넣는 과정에서 이상 현상들이 있었을 때 지열발전소 가동을 멈췄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교수는 포항 지진 발생 후 진앙과 지열발전소 거리가 600m 정도로 지열발전소가 땅에 물을 주입하기 시작한 2016년 1월부터 지진 당시까지 발생한 미소 지진이 포항 지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김 교수는 2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쉬운 것은 땅속에 틈을 만들고 물을 넣는 과정에서 이상 현상들이 있었을 때 조취를 취했어야 했다”라며 “파열이 일어났을 때 지열(地熱)발전소를 멈추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15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 규모로 컸던 포항지진(규모 5.4)은 1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를 냈고 건무 2700여개가 손상되는 등 재산손실 규모가 850억여원에 달했다. 지진 발생 이후 지질학계 측에서는 ▲지진 원인을 두고 포항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한 직후 인근에서 미소지진이 발생했고 ▲지열 발전소에서 진앙지가 불과 1.1㎞에 달한다는 등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포항지진의 원인이 포항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주장을 견지해왔다.

김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4월 국제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에 포항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 지열발전을 위한 시추(試錐)와 물 주입이 원인으로 분석된다는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포항지진을 자연지진이 아닌 유발지진으로 본 근거로 지열발전 물 주입 시기와 지진 발생 시간 차 등을 비교했는데, 지열발전 주입공을 시추한 후 150여차례 미소 지진이 발생 한 것을 주목했다. 지진이 난 지역은 1978년부터 2015년까지 규모 2.0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지열발전소에 물을 주입할때마다 미소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김 교수 연구팀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지반의 약한 부분(단층)을 건드려 지진이 일어났다고 봤다.

김 교수는 “우리가 서 있는 이 땅덩어리가 아주 단단해 보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약한 부분들이 있다”라며 “지열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생산정과 주입정을 뚫었는데 공교롭게도 둘 중의 하나가 이 약한 부분을 뚫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물을 집어넣어서 수압 파쇄를 하는 과정이 5번 정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물을 집어넣자마자 기대보다 큰 지진이 발생했다”라며 “4~5m까지 큰 파열이 일어났을 때 지열발전을 멈추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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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항지열발전소. 지난해 1월 이후 가동을 멈췄다. 포항=뉴시스


한편 지난 20일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지진이 인근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땅 속으로 유체인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조사연구단장을 맡은 이강근 대한지질학회장은 “지열발전소의 지열정을 굴착하고 이곳에 유체를 주입하며 미소지진이 순차적으로 발생했고, 시간이 흐르며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포항지열발전소는 2010년 12월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산물이다.

우리나라 최초 심부지열발전(Enhanced geothermal system) 방식의 지열발전소로 큰 관심을 받았다. 심부지열발전방식을 이용해 지하 4~5km 지점에 물을 주입하여 인공적으로 대규모 저류조를 만들고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150~170℃의 뜨거운 물을 뽑아내 터빈을 돌리는 원리로 가동됐다.

이에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만3000여㎥의 물을 주입했고 5800여㎥의 물을 뽑아 올랐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후 안전상의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1월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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