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하노이 결렬 이후 미국은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경계심을 높이며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미 행정부는 대북제재에 빈틈이 없도록 각국의 이행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에 나섰고, 의회에선 북한 돈세탁 연루 의혹이 있는 중국의 2개 은행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발맞춰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신(新)한반도 체제 구상을 내놓는 등 기존 남북 교류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강산·개성공단 같은 경협 재개 방안도 찾겠다고 했다. 정부가 검토에 나선 무상 ODA는 ‘남북 간 거래는 국가 간이 아닌 민족 내부 거래로 본다’는 남북교류협력법과도 상충된다. 정부는 모든 게 제재 해제 이후를 대비한, 또는 제재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검토라지만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할 때에 다른 얘기만 하는 한국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겠는가.
국가의 외교력은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민첩하게 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역량에서 나온다. 북-미 협상 타결을 전제로 추진했던 대외 정책들은 달라진 국제 기조에 맞춰 스마트하게 재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외교는 여전히 하노이 결렬 이전의 인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둔감함을 넘어 외고집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외교는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넘어 조롱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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