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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사설]관료 특히 판검사 출신들로 채워지는 재벌사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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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7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267곳의 사외이사 이력을 전수 조사했더니, 857명 가운데 관료 출신이 321명으로 37%를 차지했다고 한다. 1년 전 39%에 비해서는 1.6%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다. 관료 출신에 이어 학계 출신이 282명(32.8%)으로 그 뒤를 이었고, 재계는 154명(17.9%)이었다. 나머지는 언론계·변호사·공공기관·정계 등 인사였다. 관료 출신 중에서는 전직 판·검사가 10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에는 검찰총장, 지검장, 법원장 등 최고위직을 지낸 이들도 있다고 한다.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 공무원과 청와대, 금융위원회, 공정위원회 출신도 다수 포함됐다. 관료 출신이라 해서 사외이사를 맡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들의 면면을 보면, 기업이 왜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외풍 차단을 위한 ‘방패막이’나 로비스트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사외이사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이런 기대가 무색해진다. 2017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이사회 회사 경영 감독의 효과성과 회계감사의 적절성 부문에서 최하위인 63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됐거나 선임될 신임 사외이사 후보 230명 중에서도 관료 출신 비중이 35.7%(82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 신규 선임되는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전임자와 같은 관료 출신이 40명이라고 한다. ‘관료들 만의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룹별로는 영풍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무려 64.3%에 달해 가장 높았다.

20년이 넘도록 바뀌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가 되지 않는 이유는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가 낳은 결과물이다. 여전히 사외이사를 위험을 막아줄 수단이나, ‘거수기’로 생각하게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렇게되기까지 책임이 없지않다. 정부는 지금에라도 그룹 총수나 경영인의 이사회 구성 권한을 제한하는 등 사외이사 자격요건과 평가시스템 등 손 볼 것은 과감하게 손봐야한다.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듣지않기 위해서라도 당장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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