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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설왕설래] 한국판 홍위병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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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암흑시대(Dark Ages)’. 서양 중세를 흔히 이렇게 일컫는다. 르네상스적인 인간성이 상실된 시대라는 의미가 담겼다. 반론도 있다. 서양 중세는 그렇게 음침한 퇴행의 시기가 아니었다고. 중국에도 똑같은 딱지가 붙은 시대가 있다. 문화혁명시대. 암흑이 지배했다.

혁명? 그것은 정치 구호였다. 적어도 문화혁명 명칭은 그렇다. 사회·경제의 진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1966년 8월 베이징 톈안먼광장, 100만명이 모였다. 홍위병(紅衛兵)들이다. ‘붉은 사회주의 노선을 옹위하는 병사들’쯤으로 번역된다. 대개 어린 중고등학생이었다. ‘미친 기운’은 중국을 휩쓸었다. 많은 사람이 ‘반동’으로 몰려 살해됐다. 재판도 없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배부른 사회주의”를 외친 마오쩌둥. 하지만 공산 중국에는 피폐만 번졌다. 경제건설을 내건 1950년대 후반의 대약진운동. 되레 수천만명이 굶어 죽었다. “비자연적 사망자 2158만명”. 중국의 공식 발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사했을까. 이런 실패를 홍위병의 광란으로 덮었다.

중국 문화혁명은 이로부터 시작한다. 혁명? 쓰레기통에 내던져야 할 ‘마오쩌둥 독재’를 위한 극좌 정치 구호일 뿐이다.

“친일 잔재 청산”이 요란하다. 경기도의회 의원 27명은 284개 일본기업에 ‘전범 딱지’를 붙이는 조례안을 만들기로 했다. 조례가 만들어지면 초·중·고교의 일본 제품에는 ‘일본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전교조는 친일 교가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외친 “친일 잔재 청산” 구호에 맥이 닿는다.

‘극좌 혁명팔이’를 했던 문화혁명식 사고와 얼마나 다를까. ‘실패한 경제’를 극단적인 이념으로 덮으려는 걸까.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대통령 기념사를 두고 “이념 대립을 부추기는 관제 민족주의(official nationalism)”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마오쩌둥 독재가 판친 1950∼70년대 중국이 아니다. 경제 국경은 사라지고 무한기술전쟁이 벌어진다. 암흑이 고개를 들면? 미래는 볼 것도 없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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