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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한국에 살며] 한국의 인터넷 쇼핑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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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시장에 따라 물건을 사는 행위를 다르게 표현한다. 일례로 마트에 갈 때는 ‘마트에서 쇼핑한다’라고 하지만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는 ‘장을 본다’라고 한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습관으로 굳어져 바꾸기가 여간 쉽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한국에 오기 전 쇼핑에 대한 생각이 매우 단순했다. 파키스탄은 쇼핑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키스탄은 인터넷 쇼핑문화가 일반화되지 않아 처음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쇼핑할 때 두려웠다. 파키스탄의 경우 직접 가게나 시장에 가서 물품을 구매하는데 그것도 여성의 일이었다. 남성은 그저 사다 주는 것을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파키스탄은 몇 개 대도시를 제외하고서는 인터넷 쇼핑문화가 없다시피 했다. 그러니 당연하게 소비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한국과 파키스탄의 그런 쇼핑문화의 차이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쇼핑문화에 익숙해졌고 만족하고 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인터넷 쇼핑이었다. 물건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구매한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옷만 하더라도 원단을 손으로 만져보거나 색깔을 직접 확인해 봐야 하는데도 그런 절차를 생략한 채 사진만으로 옷을 구매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한국생활 초기에 나는 직접 마트나 가게에 가 물건을 사곤 했다.

그러나 점차 한국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나 역시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게 됐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갈 짬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고충을 안 친구가 한 인터넷 쇼핑몰을 소개해 줬고, 나는 그곳에서 누나에게 사 줄 헤어드라이어를 주문했다. 배송을 받는 데에 며칠 소요된다고 하기에 걱정도 들었다. 이대로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들었던 것이다.

세계일보

아만 울라 상명대 대학원 박사과정


며칠 뒤 다행스럽게도 내가 주문한 헤어드라이어가 도착했다. 그러나 내가 주문한 색상과 다른 헤어드라이어가 배송됐다. 적잖이 실망스러웠고, 그간 인터넷 쇼핑에 대한 쌓은 작은 신뢰마저 없어졌다. 그때 나는 이 잘못된 배송에 대해 누구에게 호소하고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지 걱정스러웠다. 나는 상품 후기에 댓글을 남겼다. 댓글을 남긴 지 5분 만에 판매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잘못된 배송에 대해 사과하며 돈을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인터넷 쇼핑의 첫 경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판매자의 진정한 사과와 돈을 환불해 주는 그 자세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금 나는 한국의 인터넷 쇼핑문화에 반해 거의 모든 물건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은 편리하며, 가격도 저렴하고, 시간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한국의 인터넷 쇼핑을 강력히 추천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한국처럼 파키스탄에서도 인터넷 쇼핑문화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만 울라 상명대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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