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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촉발" 정부 상대 집단소송 등 후폭풍 거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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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쉐민 게(Shemin Ge) 해외조사단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안주영기자jya@seoul.co.kr


[스포츠서울 유인근기자]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의 원인이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이 사업을 추진한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할 전망이다. 향후 정부를 상대로 한 수천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지질학회가 주축이 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연지진이 아니다. 지열발전소가 이미 지진이 날 가능성이 큰 단층에 자극을 줘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촉발지진’이다”라는 조사 결과를 내왔다. 정부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결론은 지열발전 주입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됐다. PX-2 (고압 물) 주입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됐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본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의 원리는 수 ㎞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2년 전 포항지진이 일어난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수백m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열발전소가 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전소에서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한편 이날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며 포항 시민들이 낸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에 이어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다. 또한, 역대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지진이다.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포항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 총 2만7317건이며, 피해액은 551억원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총 피해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경북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날 포항지진시민연대 회원들은 기자회견장을 찾아 포항지진의 정확한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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