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33] 월드 와이드 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1989년 3월 12일.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에 근무하던 컴퓨터 공학자 팀 버너스 리는 전 세계 여러 연구소와 학교에 흩어져 있는 실험 데이터들을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망을 제안한다. 바로 '월드 와이드 웹(www)'의 시작이었다. '웹'이 인터넷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인터넷은 1960년대 3차 세계대전을 대비해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에서 개발한 차세대 통신망이었다. 정보를 패키지로 나누어 통신망이 부분 훼손되더라도 전달 가능하게 설계된 TCP/IP라는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통신망들의 합집합이 인터넷이다. 그러다 보니 초기 인터넷 사용자는 대부분 정부 또는 연구소 관련자들이었다. Telnet, ftp, Gopher 같은 서비스를 사용해 컴퓨터를 원격 제어하거나 파일을 주고받을 수는 있었지만 매우 한정적이고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팀 버너스 리의 '웹'은 처음부터 달랐다. 단순히 저장된 문서를 수동적으로 읽는 것이 아닌, 인터넷 링크를 통해 비선형으로 연결해주는 '하이퍼텍스트'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하이퍼텍스트란 무엇인가? 사회학자 테드 넬슨이 1960년 '새너두 프로젝트(Xanadu Project)'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시할 당시 하이퍼텍스트는 매우 진보적이고 계몽적인 개념이었다. 정보를 권력에서 분리시켜 개개인이 모든 지식에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런 '유토피아스러운'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제 막 30년 된 월드 와이드 웹은 오늘날 대부분 온라인 게임과 연예 뉴스 읽기에 사용되고, 웹의 가장 큰 수혜자는 개인의 데이터를 사고파는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짜 뉴스와 몰래 카메라 영상들이 판을 치고, 최근 뉴질랜드 모스크 총격 범인은 총살 장면을 웹에서 실시간 중계하기도 했다. 이젠 정말 궁금해진다. 역사에서 유토피아는 언제나 타락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인류의 희망은 언제나 실망과 좌절로 끝나야 하는 걸까?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