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서울시 '도시건축개혁안' 재개발·재건축 시장 악재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市 "성냥갑 아파트 오명 탈피" 정비사업·건축디자인 혁신 발표
전문가들 '또 다른 규제' 우려.. "기본·정비계획 외 지침 생긴 셈"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12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화국'에서 탈피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전 과정에 개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민간이 재건축·재개발 밑그림을 그리기 전 시가 먼저 층수·디자인 등 핵심사안에 대해 단지별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게 핵심 내용이다. 민간이 마련한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안이 공공성 부족 문제로 심의과정에서 수차례 반려되는 것을 방지, 정비계획 결정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기 위해서다.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사업기간 단축에 따른 사업성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와 사실상 재개발·재건축 규제강화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서울시 "성냥갑 아파트 오명 벗겠다"

서울시는 이날 '정비사업 혁신'과 '건축디자인 혁신'을 양대 축으로 하는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내달 4개 아파트 단지에 시범실시를 시작하는 혁신안은 민간의 정비계획안 수립 이전에 '사전 공공기획' 단계를 신설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아파트 단지별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재건축·재개발 정비계획안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만든 뒤 해당 구청을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되는데 이제는 서울시가 사업 시작부터 선제적으로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현재 아파트 디자인은 수익성이 우선돼 단조롭고 획일적인 '성냥갑'으로 지어질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 정비사업은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 도시계획'인 만큼 사업 전반에 공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민간에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용적률이나 높이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 경관·지형, 세대원 구성, 기후 변화 등까지 전방위로 반영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사전 공공기획 단계를 거칠 경우 정비계획 수립에서 위원회 심의 통과까지 걸리는 기간이 종전 평균 20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는 도시 속 '섬'처럼 폐쇄적인 아파트 단지를 주변과 연결하기 위해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도 새로 마련한다. 대단지를 여러 개로 쪼개 보행로를 내고, 보행로 저층부에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해 담장을 실질적으로 허문다는 구성이다.

진 부시장은 "잠실 1·2단지를 재건축한 곳을 보면 주민 외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단절된 성처럼 돼 있다"며 "앞으로는 단지 밖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창의적 아파트 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현상설계 공모전을 하도록 하고 1억∼5억원가량의 공모비도 전액 지원한다.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해 연면적 20% 이상의 특화디자인 설계도 뒷받침한다. 정비사업 전 과정을 지원하는 '도시건축혁신단'도 하반기 50명 내외로 신설해 내년 공적 기구로 확대한다.

■"또다른 규제 세밀한 가이드라인 필요"

서울시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또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이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면 사업서류도 내지 말라는 것"이라며 "사실상 재건축 규제강화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시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재건축은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고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해 추진 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2019년도 업무계획'에서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 의무적으로 조성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을 더 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시계획 분야의 한 전문가는 "공공지원 측면도 있지만 결국 서울시의 의지와 방침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조합측에서 보면 규제"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 제공은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사이에 또다른 지침이 생기는 것으로 재개발·재건축 시장에는 악재"라고 덧붙였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결국 규제강화 성격이 되지 않도록 서울시가 정교하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게 중요하다"라며 "재개발·재건축 사업기간을 단축해 사업성과 공공성이 동시에 높아지도록 운영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