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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전면 나선 볼턴·농촌行 폼페이오… 트럼프의 속내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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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담판' 무산 후 대북팀 재정비… 美 외교가 물음표 / 볼턴, 美 방송 연일 출연… 대북 정책 전도사 역할 / 폼페이오, 美 대표적 농촌 지역 순회 나서 / 무역전쟁 직격탄 맞은 농심 달랠 듯 / 北도 美와 유사한 움직임…리용호·최선희 전면에

세계일보

북·미 하노이 핵 담판이 결렬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면에 등장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가하게’ 농촌 지역 순회에 나섰다. 이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북·미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시급히 대북 협상팀 전열을 재정비하고, 대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에 폼페이오 장관이 ‘장기간’ 워싱턴을 비우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지적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왔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문제에 거리를 두고, 베네수엘라 사태 등 다른 외교 현안을 관장했다. 볼턴 보좌관이 한국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마지막 순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방문 대표단에 합류했다. 볼턴은 하노이에서도 트위터로 베네수엘라 사태에 관해 트윗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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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라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에 볼턴 보좌관이 미국 언론사를 누비며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CNN, CBS 방송 등에 번갈아가며 출연해 북·미 회담과 향후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는 전도사로 나섰다. 볼턴 보좌관과는 대조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아이오와주를 시작으로 자신의 고향인 캔자스와 텍사스주 등 미국의 대표적인 농촌 지역을 순회하는 지방 여행길에 올랐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미국의 농촌 지역 민심이 흔들리자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을 ‘농촌 순회 특사’(USA 투데이 표현)로 보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이 주도해온 대북 협상에 실망한 탓에 폼페이오 장관 대신에 볼턴 보좌관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향후 북·미 대화를 준비하면서 대북 협상팀을 재정비할 계획이고, 이때 총괄 사령탑이 교체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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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리용호 北 외무상, 최선희 北 외무성 부상.사진=연합뉴스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북한 측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다. 대미 협상의 전면에 나섰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대신에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전면에 나서서 하노이 현지에서 3번에 걸쳐 공개 기자 회견을 했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대미 협상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영철-김혁철 라인을 교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북·미 양측이 동시에 고위급 협상 대표를 바꾸면 볼턴-리 외무상 라인업이 구축될 수도 있다.

◆폼페이오의 짜증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8일 필리핀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북·미 협상 계획에 대해 “날짜를 정하지 않았지만, 내 느낌으로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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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재정비’ 작업을 하지 않은 채 3일 아이오와주를 방문했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소이빈의 80%가량이 아이오와주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아이오와주의 농민들이 중국의 관세 폭탄을 맞았다. 농촌 지역은 2020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려고, 미국 농민을 무역 전쟁의 공격 타깃으로 삼았다.

USA 투데이는 3일 “폼페이오 장관이 아이오와, 텍사스, 캔자스 주 등을 돌면서 농민 대표들과 만나고, 주지사 등 지역 정치인들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렸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폼페이오가 북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리 외무상의 발언에 대한 반응을 묻는 말에 6초 동안 답변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도 했다고 이 신문이 소개했다. 이 신문은 또 오토 웜비어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관한 질문에도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사진=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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