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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기업 위기 관리?…스캔들·사고 터지기 전에 고쳐야 할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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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즈니스 인사이트-230] 이제 기업 스캔들과 사고는 도덕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가 20개 업종, 기업 7000곳에 대해 분석한 결과, 사상 처음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도 하락이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한 수치로 드러났다. 분석 결과 절반 이상인 54%가 제품 리콜, 데이터 유출, 최고경영진 리스크 등으로 인해 기업 신뢰가 하락했고 이는 최소 1800억달러에 달하는 매출 손실과 맞먹는 것으로 평가됐다. 신뢰도 하락을 평가지표로 환산한 결과, 평균 2포인트 하락할 때 매출 증가율은 6%,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조사됐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나 웰스파고 '유령계좌 스캔들' 등 최근 수년간 벌어진 대부분 기업 스캔들을 살펴보면 광범위한 규모로 조직 내 '거짓'이 만연했다. 일부 연구자는 거짓말과 속임수가 기업에 만연하게 된 이유로 집단 의사결정 프로세스나 리더가 비윤리적 선택을 정당화하게 만드는 심리적 함정 등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대체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부정행위를 설명한다. 개인이나 미시적인 차원의 요인 대신 조직원들이 서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숨기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적 요인은 없을까.

이에 대해 조직 컨설팅 회사 Navalent 공동설립자이자 운영 파트너인 론 카루치(Ron Carucci)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기업 스캔들이나 부정직·부정의한 기업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4가지 시스템적 요인을 도출했다. 카루치 파트너는 15년간 종적 연구팀을 이끌며 기업 210곳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실시된 인터뷰 3200여 건을 분석해 문제를 야기하는 조직 특성 4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해당 4가지 요소는 완전히 기업이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으며, 이를 개선함으로써 회사를 정직한 조직으로 만들고, 거짓이 초래할 수 있는 평판 및 재무 리스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전략적 명확성의 결여

기업이 표방하는 미션, 목표, 가치 등과 실제로 직원이나 고객이 경험하는 것 사이에 일관성이 없을 때 사람들이 진실한 정보를 왜곡할 가능성이 2.83배 더 높다. 카루치의 조사 중 한 인터뷰이는 "우리의 우선순위는 매주 바뀐다. 아무도 우리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인정하지 않아서 그저 지푸라기만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회사는 낡은 전략을 재탕하거나 비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반사적인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혼란에 빠진 직원들을 규합하기 위해 가치와 미션을 선전하지만, 정체된 조직과 중복된 경영활동을 직원들이 알아차릴 뿐이다. 지난해 10월 테슬라가 전기차 '모델3' 생산 대수를 오도해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받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2017년 2월 당시 매주 5000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대부분 기간에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카루치에 따르면 전략적 명확성을 10%만 향상시켜도 직원들의 진실된 행동을 5% 향상시킬 수 있다. 전략적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 모든 직원의 직무에 전략적 포부를 심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 각자 전략적 목표를 논의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부당한 책임·보상 제도

조사 결과, 직원 기여도 측정 과정이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것으로 인식될 때 사람들이 정보를 왜곡할 가능성이 3.77배 높다. 한 인터뷰이는 "난 왜 다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지 모르겠다. 내 상사는 내가 하는 일을 모른다. 난 마지막에 평가서를 채워 넣으면 부서장은 이에 서명하고 인사관리(HR)로 보낸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책임·보상 프로세스가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는 부풀리고 단점은 숨기거나 변명하게 된다. 이는 부정직한 행동의 토대가 된다. 최근 다른 연구에 따르면 직원 간 불공정한 비교가 비윤리적인 행위로 직접 이어진다고 나타났다.

다행히도 실험 모델을 통해 직원들이 공정하게 평가 받은 것으로 믿을수록 성과 관리 시스템 일관성을 20% 정도 향상시키면 진실된 행동을 12%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공정한 책임·보상 제도를 갖춘 기업은 대체로 직원들이 정기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프로세스를 표준화한 조직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한 대기업에서는 모든 관리자가 팀원과 매월 1회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 전반에 걸친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실시한다. 분기마다 관리자는 팀 전반에 걸친 피드백 패턴을 요약하고 해당 인사이트를 다른 관리자에게 제출한다. 다른 관리자는 조직 전체가 직원들에게 공정한지 확인할 책임을 진 사람이다.

◆형편없는 조직 거버넌스

의사결정자를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정직한 대화와 협의로 이끄는 효과적인 프로세스가 없으면 진실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회사는 소문과 가십에 의존하게 된다. 회의가 열리는 이유나 누군가 책임지고 결정을 내리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 시간 낭비로 끝난다. 한 연구에서는 고위 관리자의 약 71%는 회의가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카루치는 효과적인 거버넌스가 사라진 조직에서 사람들이 정보를 왜곡할 가능성이 3.03배 더 높아지는 걸 발견했다.

잘 설계된 거버넌스를 갖춘 조직은 명확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자들이 회의를 개최하고, 참석자들은 정직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기대를 만들어 준다. 특히 나쁜 뉴스나 반대 의견을 피력해야 할 경우에도 거버넌스 효율성이 23% 향상된 경우, 진실을 말하는 행위가 10% 개선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더 이상 불필요한 회의는 없앨 수 있다.

◆취약한 부서 간 협력

부서 간 갈등은 일하는 데 장애물일 뿐 아니라 정직한 행동에도 문제가 된다. 직무 간 경쟁 및 조직 건강에 해로운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진실된 정보를 왜곡할 가능성이 5.82배 더 높다. 조직 내 분열은 특히 어느 한쪽만 옳거나 잘못됐다는 흑백논리를 만들어낸다. 부서 충성도가 높을수록 팀 외부 직원들을 적으로서 두려워하거나 비난하거나 경계하게 만든다.

카루치의 과거 고객사 중 한 곳은 '무결성 재앙(integrity disaster)'을 초래한 부서 간 갈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공급망 최고책임자는 공장을 개조하고 생산량을 3배로 늘리기 위해 1억9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이와 동시에 마케팅 부서는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예산을 감축하고, 영업 부서는 판매 할당 영역을 나눠 최상위급 제품 성과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서로 상충하는 목표를 추구한 끝에 더 생산적이 된 공급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전달되기까지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2년 뒤 그 회사는 유통망 독점 혐의로 기소됐다.

직원들이 부서 경계를 넘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조직 간 협력' 수준이 25% 개선되면 직원들이 진실되게 행동할 가능성이 17% 상승했다. 더 큰 미션에 대한 신뢰를 확립하고 공동 헌신을 기르는 건 정직한 조직을 보장하는 열쇠다.

직무를 넘나드는 관계는 각 직무가 제공할 것을 정의하는 서비스 수준 계약을 통해 조직 전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부서 간 협조적이고 상호이익이 되는 관계와 정직한 피드백을 교환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내재화하는 게 중요하다.

끝으로 카루치는 위 4가지 요인이 서로 누적되기에 4요소가 모두 부족한 기업은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15배나 높다고 경고한다. 그는 4가지 이슈 해결을 목표로 하면 회사와 직원, 고객이 원하는 정직한 문화를 창출할 가능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고 당부한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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