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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사막에 숲 가꾸기, 주민들 일자리 만들어 자립 돕고 과실수 재배 수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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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과 중국 내몽골 등에 대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황사 방지를 위한 숲 만들기에 나섰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는 이들은 많지 않다. 숲 만들기가 대체로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막화방지를 위해 몽골에 심은 나무들의 생존율은 얼마나 될까. 2007년부터 몽골에서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는 NGO 푸른아시아에 따르면 생존율은 50%에 불과하다. 한국에 비해 척박하고, 강수량도 적은 몽골 땅에서 나무를 심기만 하고, 가꾸지 않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이 나무 심기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주민들 자신이 나무 가꾸기에 나서지 않는 한 현재의 미담 기사 속 나무 심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NGO 푸른아시아가 개발한 주민들의 자립과 공동체 회복을 통해 조림사업을 이어가는 모델은 지속가능한 몽골 녹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푸른아시아는 현재 몽골 내 바가노르와 에르덴 등 8개 지역에서 조림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단순히 나무를 심어주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교육하고, 현지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막화와 기후변화로 기르던 가축을 잃으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유목민들, 사실상 직업이 없는 주민들을 교육시킨 후 일자리를 주면서 자립시키고, 이들이 과실수를 재배하면서 수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푸른아시아와 주민 직원들은 몽골의 특산식물 중 비타민C가 풍부한 열매가 열려 일명 비타민 나무로 불리는 차차르간 재배가 주민들의 소득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에르덴 지역에 조성된 조림지에는 이렇게 고용된 직원들이 모여사는 마을도 형성돼 있다.

푸른아시아가 2016년부터 주민들과 함께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는 몽골 투브아이막 아르갈란트솜 역시 숲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을 자립시킴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아이막은 한국으로 치면 광역지자체, 솜은 기초지자체에 해당한다. 아르갈란트솜에 조성 중인 ‘미래를 가꾸는 숲’은 서울시가 2억9000만원을 보조한 곳이다. 아르갈란트솜은 과거 수풀이 무성한 초원이었지만 현재는 녹색보다 황토색이 더 많이 보일 정도로 황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이른바 사막화의 최전선인 것이다. 풀과 물이 줄어들고 목축이 어려워지면서 고향을 등지는 주민들도 점점 늘어나는 상태였다. 솜 전체의 인구가 1718명인데 연간 80~90가구가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2015년에는 혹한으로 많은 가축이 폐사하면서 181명이 떠나기도 했다. 푸른아시아는 이곳에서 주민들 중 극빈 가정이나 여성 가장 등을 위주로 30명을 교육한 뒤 직원으로 채용했다. 아르갈란트솜 기관도 일할 의지가 있는 주민들을 추천하는 등 주민들을 도왔다.

첫해인 2016년에는 20㏊에 2만160그루의 나무를 식재했고 2017년에는 2만그루를 심었다. 방풍림뿐 아니라 유실수도 심고,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오이나 피망, 토마토 등을 키울 수 있는 비닐하우스도 마련한 상태다. 푸른아시아와 주민들은 5년 내에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사업이 시작된 지 만 3년 정도 지났지만 이미 가시적인 사막화방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림사업을 시작하기 전보다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마을 입구의 집들과 울타리에 쌓이던 모래가 줄어든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조림사업이 시작되기 전 주민들은 마을 밖에서 불어오는 가는 모래가 마을 외곽은 물론 마을 안쪽까지 점점 더 많이 침투해오는 것을 느끼면서 암담해하고 있었다.

푸른아시아의 주민 자립을 통한 조림 모델은 유엔으로부터도 숲 조성 성공과 주민 빈곤 감소 등의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푸른아시아는 이 모델을 통해 2014년 ‘생명의토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상은 유엔이 매년 6월17일인 ‘세계 사막화방지의날’에 기후변화 저지 및 사막화방지 활동을 하는 정부, 민간단체, 개인 등을 선정해 발표하는 상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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