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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① 채용 늘자 소방학교 교육기간 단축…“치명적 실수”[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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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2년 안전사고 중 5년 미만 44%

경향신문

2023년 3월6일 전북 김제시 금산면 한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순직한 성공일 소방사의 소방학교 교육 당시 모습. 가족들은 이 사진을 현충원 묘비 앞 유리상자에 넣어뒀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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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경험 부족, 충분한 현장 실무교육을 받지 못함”(2021년 5월9일 경기 용인 순직사고)

“신임교육 단축으로 실무능력이 부족한 채 현장에 투입됨”(2021년 6월29일 울산 중구 순직사고)

“전문교육훈련 부족, 임용 후 신임교육만 이수”(2023년 3월6일 전북 김제 순직사고)

“교육훈련 등 지식·경험 부족, 구조대원 전문교육 미이수”(2024년 1월31일 경북 문경 2명 순직사고)

경향신문이 확보해 분석한 소방청 중앙사고합동조사단의 ‘순직사고 조사·분석결과’ 보고서에는 ‘교육훈련 부족’이 여러 사고에서 원인으로 반복 지적됐다. 소방청도 이미 젊은 소방관들의 죽음이 ‘어쩔 수 없었던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정부는 2017년부터 일선 현장의 소방관 부족을 해결하겠다며 ‘소방관 2만명 증원계획’을 시행했다. 2017년 4만5000여명 이었던 소방관은 지난해 말 기준 6만6797명으로 크게 늘었다. 짧은 기간 소방관 전체 인원은 2만1797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하위직급이 크게 늘었다. 2017년 전체 소방관중 소방사는 1만8225명, 소방교는 1만1996명 이었다. 하지만 2023년 소방사는 2만7346명, 소방교는 1만6543명이 됐다. 6년 동안 증원된 소방관의 63%(1만3666명)를 하위직이 차지하고 있다.

신규 인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소방청은 오히려 교육 기간을 단축했다. 채용 인원이 급증하면서 훈련시설과 교관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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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소방관들은 원래 현장에 배치되기 전 24주 동안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교육 기간은 2018년 16주로 무려 8주나 단축됐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19주,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21주만 교육을 받고 소방관들이 위험한 업무 현장에 배치됐다.

신임 소방관 교육 기간이 다시 24주가 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교육 기간이 회복됐지만 이마저도 다른 국가 기관에 비교하면 훨씬 짧다. 경찰은 34주, 해양경찰은 52주 동안 신임 교육을 진행한 뒤 일선 현장에 배치한다.

교육 기간이 줄어든 이후 ‘새내기 소방관’의 죽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1년 5월 경기 용인 소방차량 전복 사고, 같은해 6월 울산 중구 상가건물 화재, 2023년 3월 전북 김제 주택 화재, 12월 제주 창고 화재, 올해 1월 문경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은 공통점은 모두 5년 차 미만 신입 소방관이었다는 점이다.

근무경력이 짧은 소방관들의 사고 발생률은 고연차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소방청의 김제 순직사고 보고서를 보면 2020~2022년 3년간 안전사고를 당한 소방관 1314명 중 경력 5년 미만은 579명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소방관 전체 정원대비 안전사고 발생률은 5년 미만은 2.9%나 됐지만 5년 이상은 1.6%로 나타났다. 젊은 소방관의 안전사고 발생 확률이 고연차에 비해 1.8배나 높다는 게 소방청의 분석이었다.

강웅일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신임 소방관들은 소방학교에서 화재 진압과 구조 등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배우는데 교육 기간을 줄인 것은 치명적인 실수”라면서 “최소한 경찰 수준으로 교육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프롤로그] ‘영웅’만 부각시킨 죽음: 소방관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070600021?kakao_from=mainnews



☞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① 유명무실 ‘2인1조 원칙’…동료 대원도 소방호스도 없이 불길로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070600041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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