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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재계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 유감"…가뜩이나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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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2일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자 재계가 유감을 나타냈다.

이번 판결로 재계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혼란에 빠진 상태다.

조선비즈

현대·기아차 노조원들이 2014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부근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달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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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결을) 승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총은 "오늘 판결은 노사가 1980년대 정부 행정지침(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사실상 강제적인 법적 기준으로 인식, 임금협상을 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던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약속을 깨는 한쪽 당사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기업에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기업 경영 성과는 기업 내·외부의 경영 환경과 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적인 사안"이라며 "단순한 회계장부나 재무제표에서 나타나는 단기 현상으로 경영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했다.

경총은 또 "기업의 영업이익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산업변화에 대응한 연구개발 투자, 시장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에 활용돼야 하는 재원임에도 이를 임금 추가 지급능력으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사건 당사자인 회사뿐 아니라 다른 국내 자동차 생산회사들도 통상임금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자동차산업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간과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 법 해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이번 판결이 인건비 추가 부담에 따른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국가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추 실장은 "앞으로 재판에서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 간에 형성된 신뢰가 우선적인 판단 기준이 되고, 부차적으로 경영지표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의 경쟁상황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한상의 박재근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정당한 소송이 아니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과거에 기업과 근로자들이 합의해서 임금을 지급해왔던 것인데, 대법원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논리로 판결하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며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린 다른 기업들도 승소할 가능성이 낮아져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별 기업 경영 상황에 따라 신의칙 적용 여부에 차이가 있겠지만, ‘경영 위기’를 호소했던 기아차마저 패소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경총은 2013년 통상임금 확대로 기업들이 최대 38조5509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중 115곳이 현재 통상임금 소송을 벌이고 있다. 대기업 중에는 현대모비스, 대한항공, 삼성중공업, 효성, 현대오일뱅크, 금호타이어 등이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려 있다.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은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돼 패소했지만 2심에서 신의칙이 받아들여져 승소했다.

한동희 기자(dw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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