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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경기도 '갑질행정' 부메랑...40년 파트너 잃고 예산낭비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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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국제뉴스) 김만구 기자 = 경기도가 8년 전에 한 '갑질행정' 때문에 최소 16억 원을 물어내고, 앞으로 매년 2억 원대의 토지 사용료까지 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지난 40년 간 경기도립정신병원을 맡아 운영해온 민간 의료법인의 만성적자 문제를 외면하면서 관리감독권만 강화하려다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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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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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파트너'가 운영을 포기한 이 병원을 운영할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도는 매년 수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도립정신병원까지 직접 운영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지난달 15일 의료법인용인병원유지재단(용인병원)이 도(道)를 상대로 제기한 '지상권설정등기말소등기절차이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스스로 체결한 이 사건 예약의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이를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용인병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용인병원은 37년간 도가 지상권을 설정한 토지에 대한 지료(임대료 또는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면서 "(지상권 설정은) 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장기간 제한하는 것으로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인병원은 만성적자와 과도한 관리감독권 행사 등을 이유로 지난해 도에 도립정신병원 운영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단 소유의 땅에 설정해준 지상권 등기를 말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있는 도립정신병원 토지(2198㎡)는 용인병원, 건물(2938㎡)는 도 소유다. 용인병원은 지난 1981년과 2011년 두 차례 계약을 통해 오는 2041년까지 60년간 자신들의 토지에 대한 지상권 설정 등기를 허용해준 상태였다.

용인병원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재계약 당시 의료법 위반에 해당되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는데도 '을'의 사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부당한 계약이었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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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립정신병원이 있는 용인정신병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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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용인병원은 지상권 설정을 허용해 줄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도, 30년간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계약서에 도장을 받아낸 도의 '갑질행정' 행위가 재판에 반영됐다는 얘기다.

용인병원 측은 도립정신병원 토지 사용료를 연간 2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재판결과에 따라 도는 8년 치 토지사용료 16억 원을 물어내고 매년 2억 원씩의 사용료까지 내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도는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2011년 협약 당시 병원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면서 "계약관련 해석상의 문제에 대해 법원이 인정해주지 않아서 항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용인병원 또 다른 관계자는 "무려 37년 동안 땅을 무상 제공했고, 매년 3억~4억 원대의 적자를 보면서도 경기도광역정신건강센터에 연간 3000만 원씩 지원하는 등 헌신적으로 병원을 운영했다"면서 "도립정신병원 문제는 모두 도가 자초한 일"이라고 했다.

한편, 도는 용인병원과 맺은 경기도립정신병원 계약기간이 종료(2월 6일)된 지 보름이 지난 20일에서도 새로운 사업자 선정 모집에 나서는 바람에 병원은 사실상 '무계약'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이 병원에는 정신질환자 160여명이 입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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