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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최보기의 책보기] 농사, 장사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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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장제훈의 '백년기업 성장의 비결'

뉴스1

'백년기업 성장의 비결' 책표지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 '제 3의 물결'은 정보화 시대 초입에 세계를 휩쓸었던 고전이다. 그가 '플라스틱 머니' 시대를 예측했을 때만 해도 보통 사람들은 '그런가?' 했을 뿐 내 삶이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까지 인식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뒤이은 신용카드 사회를 접하면서 그의 주장은 광범위하게 설득력이 커졌다.

우리 집에서 평소 쌀을 사먹는 동네 싸전이 두군 데 있다. 한 곳은 바로 집 앞이라 매장에서 여러 상품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다른 한 곳은 먼 거리에 매장이 있어서 전화를 걸어 브랜드와 가격을 고려해 주문을 하는데 다른 곳보다 조금이라도 싼 장점이 있다. 한동안 주로 먼 거리 매장을 이용했던 것은 가게 주인의 성실성이 눈에 보였기 때문인데 지금은 값을 조금 더 치르더라도 집 앞 매장을 이용하고 있다. 현금결제만 고집하는 먼 거리 매장과의 거래가 가끔 불편했기 때문이다. 몇 번 이동형 신용카드 단말기를 권장했지만 가게 주인은 여러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보다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눈치였다.

가끔 집에서 '치맥'을 주문할 때도 어느 치킨 집에서 주문할 지는 늘 가족회의 감이다. 대부분은 가격 대비 양이 많은 A브랜드 가게를 이용했는데 그 집도 요즘은 주문이 뜸하게 됐다. 가격을 다소 저렴하게 하다 보니 주인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결제가 꺼려지기도 했겠지만 대부분 결제를 신용카드로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결제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용카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특히 요새 젊은이들은 몇 백 원 상품도 카드로 결제를 하는 것이 몸에 배서 거의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어른들이 편의점에 갈 때 알아둬야 할 것은 '겨우 몇 백 원을 미안해서 어떻게 카드로 결제하냐'며 굳이 현금을 내는 것을 피해 달라는 것이다. 편의점 알바 청년은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현금을 내는 '아재'의 업무처리가 훨씬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아직도 모바일 뱅킹이나 신용카드 결제를 꺼리는 사업가가 있다면 더 일러 무엇 할 것인가. 이제는 동네 도로변의 구두수선가게도 카드결제가 안되면 은행계좌라도 출입문에 붙여놔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렇게 열심히 나름대로 변화에 적응하는데도 동네를 걷다 보면 엊그제까지 있었던 가게의 간판이 내려지고 다른 가게를 열기 위한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점포가 한둘이 아니다. 동병상련의 서민으로서 '아이구, 어려운 시기에 알토란 종자돈 투자한 저번 가게 사장 손실이 막심할 텐데… …'라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백 명이 사업(장사)을 시작하면 끝내 살아남는 사람은 다섯 명 이하인 것이 현실이고, 원인 없는 결과가 없는 것도 사실인 것을. 모름지기 흥하는 장사는 흥하는 이유가, 망하는 장사는 망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장수기업은 창업한 지 100년 이상 된 기업이나 가게를 말한다. 옆 나라 일본에는 그런 기업이 2만 개로 추정되는데 우리는 두산, 동화약품 등 9개에 불과하다. 100년 넘은 가게로는 군산의 이성당이란 빵집이 그 자리 그대로 있고, 파리바게뜨 브랜드의 SPC그룹은 1948년 서울 방산시장 부근의 빵집 상미당이 원조다. 오늘도 한 가게가 문을 닫고 거기에 다시 다른 가게가 문을 열고 있다. 기업가는 차치하더라도 포화상태를 훨씬 넘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 자영업자라면 '백년기업 성장의 비결' 정도는 탐독하고서 뛰는 것이 장사의 정석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쉽게 생각하는 농사도 막상 지어보면 어려움을 절감하듯 장사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백년기업 성장의 비결 / 문승렬·장제훈 지음 / 모아북스 펴냄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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