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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女 '범법자' vs 男 '책임 제외'…"피임기구 쓰지 않겠다던 남친 원망스럽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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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수술 점점 음성화…부작용 피해 커질 수 있어 / 임신 경험한 여성 20% 낙태 선택…여성계 "낙태죄 폐지, 건강권 보장 필요" / 해외 주요 국가 낙태에 비교적 관대…우리 정부도 사실상 낙태 거의 단속 안 하고 있어 / 헌법재판소 이번엔 낙태죄 '위헌' 선고할 가능성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이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낙태가 점점 음성화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선 낙태 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면 부작용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정부 공식통계만 봐도 임신을 경험한 여성의 약 20%가 낙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근거로 여성계는 낙태죄 폐지, 건강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낙태의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을 배제한 현행 형법에 대한 여성들의 비판 의식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조사가 낙태죄 폐지 논란에 다시 불을 부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해외는 우리나라 보다 낙태에 비교적 관대한 편인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25개국은 본인 요청에 의해 낙태가 가능합니다. 30개국은 경제적 이유 등으로 낙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간 낙태 건수가 '5만건'이라는 당국의 실태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그동안 연간 낙태 건수를 17만건으로 추정했으나, 의료계는 "매우 적다"고 반박해왔습니다. 온라인 익명 조사라고 해도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밝히기를 주저한 여성이 상당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현재 정부는 낙태를 거의 단속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수사당국은 낙태 사건 고발이 접수될 경우 조사는 진행하지만, 대부분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을 내리곤 합니다. 실제 재판까지 가도 징역형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번만큼은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낙태죄 처벌이 합당한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낙태죄 처벌조항인 형법 269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심리중인데요.

형법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낙태를 도운 의사도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집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같은 조항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내려집니다.

당시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임신 초기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이후 업무상 승낙 낙태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1심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7년 2월 이 사건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임산부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헌재 판단은?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모자보건법 시행령은 임신 24주 이내인 사람에게만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A씨 측은 실제 낙태죄 규정이 임신중단 결정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연간 17만건 상당 수술이 행해지고, 검찰의 기소 건수도 10건 이하인 점에 비춰 낙태 처벌 조항은 태아생명 수단이 아닌 선언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인데요.

지난해 5월 열린 헌재 공개변론에서 여성가족부도 정부 부처 처음으로 낙태죄 폐지 입장의 의견서를 냈습니다. 법무부는 "현행법이 낙태를 일부 허용하고 있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잉 제한하지 않는다"며 합헌 의견을 냈는데요.

헌재 심리는 이후 진척에 난항을 겪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재판관 5명이 한꺼번에 퇴임한 뒤 여야 대립으로 신임 재판관 임명까지 시일이 지체됐는데요.

세계일보

지난해 10월 재판관 9인 체제가 완성되고, 정부의 낙태실태조사 발표로 낙태죄 처벌 논란이 다시 불붙으면서 헌재도 조만간 위헌 여부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현 재판부에 진보 성향 재판관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만큼 헌재 판단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낙태죄 처벌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던 정부 조사결과도 심리에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헌재는 4월11일 낙태죄 위헌심판 선고를 내릴 전망인데요.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4월 퇴임을 앞두고 있고, 새 재판관 임명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전에 주요 사건 결론을 내놓을 공산이 큽니다.

◆연 평균 낙태 5만건 육박…4월 중순 낙태죄 위헌심판 선고 결과 나올 듯

보건당국의 인공임신중절 실태 조사결과, 경제상태 등으로 양육이 어려워 낙태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회경제적 이유의 낙태를 허용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만15∼44세 여성 1만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낙태실태를 살펴본 결과,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75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였는데요.

1000명당 임신중절 건수인 인공임신 중절률은 2017년 4.8%로, 한해 낙태 건수는 약 4만9764건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렇게 낙태를 한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3.4%,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 등을 많이 꼽았는데요.

이어 '파트너(연인,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와 관계가 불안정해서(이별, 이혼, 별거 등)' 17.8%, '파트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11.7%, 태아의 건강문제 때문에' 11.3%, '나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9.1%, '나 또는 파트너의 부모가 인공임신중절을 하라고 해서' 6.5%,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임신했기 때문에' 0.9% 등의 순이었습니다.

세계일보

사회생활, 경제 형편 등 '사회경제적 적응 사유'로 어쩔 수 없이 낙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여건, 사회생활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낙태하는 경우 많아

이런 현실을 고려해 보건당국도 10여 년 전인 2008년, 낙태의 허용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제14조를 시대변화에 맞게 개정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는데요.

형법 269조 등은 낙태에 대해 낙태죄를 물어 금지하고, 특히 부녀나 부녀의 부탁을 받고 의료인 등이 낙태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형법은 낙태한 여성과 의료인을 낙태죄로 처벌하지만, 모자보건법에서 예외 규정을 두고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체적으로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전염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강간·준강간 또는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한 경우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인데요.

의료계와 여성계에서는 낙태를 두고 실정법(형법)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고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는 낙태죄가 폐지되기 전까지 우선 현재 5가지 사유만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상의 낙태기준이라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무뇌아 등 태아에게 심각한 이상이 있어 출생 후에도 생존이 불가능한 경우와 미혼 임신, 사회경제적 이유 등 '사회적 적응 사유'로 산모가 요청하는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세계일보

가톨릭 등 종교계에서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은 산모가 원할 때 언제든지 낙태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주자는 말로 결국 낙태 자유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낙태 행위에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료계 "연간 낙태건수 5만건? 최소 50만건 이상!"

당국의 국내 낙태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연간 5만건'이라는 수치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국내 낙태 수술 추정치는 조사 주체에 따라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데요.

과거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낙태 수술 건수를 약 3000건으로 추정했습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100만건을 넘기는데요. 100만건이 안 되더라도 적어도 50만건은 넘길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음지에서 이뤄지는 데다 공개를 꺼리는 낙태 시술의 특성상 이번 조사에서도 제대로 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가 형법상 처벌 대상인데, 처벌 대상인 여성과 의사들에 설문한다고 해서 솔직히 말했겠느냐"며 "범죄를 저지른 후 자수를 하라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사회 변화에 따라 과거보다 낙태 시술이 일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당장 의료계는 한해 몇 건의 낙태 시술이 이뤄지느냐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개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공임신중절을 합법화하느냐, 마느냐를 넘어 무뇌아 낙태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모자보건법을 의학적 근거와 현실에 맞춰 개정해달라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낙태 처벌 대상은 여성과 의사로 한정돼 있는데 이 역시 개선돼야 할 문제라는 것이 이들의 전언입니다.

◆"모자보건법 의학적 근거, 현실에 맞게 개정해달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해 보건당국이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제하고, 적발 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겠다고 하자 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 수술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여성의 건강권을 들어 낙태 합법화를 요구해왔던 여성계에서는 실태조사의 '숫자'가 아닌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낙태 건수는 차치하더라도 대규모 조사를 통해 여성들이 낙태에 갖는 생각과 현실의 불합리함이 드러났다는 것인데요.

이번 조사에서 낙태죄를 규정하는 형법과 임신중절 허용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75.4%, 모자보건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48.9%에 달했는데요.

세계일보

일각에서는 당국이 헌재의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둔 이 시점에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태 조사를 할 게 아닌, 현실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처벌조항을 개정하는 게 먼저라고 시각도 있습니다.

세계일보

류지혜(왼쪽)와 이영호(오른쪽)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편 한때 연인관계였던 레이싱모델 출신 BJ 류지혜(29)씨와 프로게이머 출신 BJ 이영호(26)씨가 최근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에 상위권을 오르내렸습니다.

류씨가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이씨와의 교제기간 동안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고, 불법인줄 알면서도 낙태를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법적 대응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던 이씨 자신의 방송을 통해 류씨를 고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류씨는 지난 20일 각종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 파문이 일단락됐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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