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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일사일언] '무지'가 자동차를 만났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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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유보라·닛산 크리에이티브 박스 디자이너


신문을 넘기다 보면 '컬래버레이션(협업)'이란 단어를 하루가 멀다 하고 듣게 된다. 패션, 건축, 산업디자인 각 분야를 막론하고 손을 잡아야 돋보이는 '컬래버레이션 시대'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이종(異種) 산업 간의 만남이 브랜드를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분야도 일찍이 패션부터 건축까지 다양한 협업이 진행돼 왔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무지(MUJI)와 닛산이 함께 '무지자동차'를 1000대 한정으로 생산한 적 있다. 무지는 합리적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일본의 가정용품 브랜드다. 거품 경기 시절, 온갖 사치스러운 제품이 넘쳐나던 시기에 태어난 무지는 실용성과 기능에 집중하며 그들만의 철학과 삶의 미학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닛산은 이러한 무지의 철학에 공감하고 '최소한의 기능, 실용적인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의 삶에 유용한 자동차를 판매하겠다는 콘셉트로 무지 자동차를 개발했다. 단일 컬러, 무도장 범퍼의 모노톤으로 단정하게 디자인된 이 차는 가장 기본적인 자동차의 모습으로 무지 매장에서 가정용품들과 함께 판매됐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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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열렸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차를 바꾸고, 2만달러 시대에는 집을, 3만달러 시대에는 가구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성장을 넘어 '삶의 질', '자기만족'이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등장하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각광받고 있다. 모터쇼에 등장하는 모던한 가구와 생활 제품들을 닮아가는 자동차 디자인을 보며, 자동차 디자이너가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의 개념에 다가서는 시대가 오지 않았는가 생각한 적이 있다. 자동차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공산품이지만, 시대를 대변하는 다양한 삶이 녹아 있는 문화 상품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의 문화를 닮은 자동차는 어떤 모습일까.




[유보라·닛산 크리에이티브 박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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