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산부인과 의사 곰베츠가 설립
‘낙태 배’· ‘낙태 드론’으로 약물 전달
“낙태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권리”
세계는 여전히 낙태 두고 논쟁 중
원치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안전한 낙태를 하게 해주는 네덜란드 사회단체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 설립자이자 산부인과 의사 레베카 곰퍼츠. [레베카 곰퍼츠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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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나선 이들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사회단체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s)입니다. 산부인과 의사 레베카 곰퍼츠가 1999년 “남아프리카에서 원치 않은 임신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설립했다”는 단체입니다.
낙태선·낙태드론으로 낙태 금지 국가 여성들 도와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에서 운영하는 낙태선. 이들은 이 배를 타고 공해로 나가 낙태불법국가에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낙태약을 제공한다. [사진 Women on Waves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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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선엔 의료진도 함께 하면서 의학적 진단과 조언도 하는데요, 이들은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폴란드·포르투갈 등 낙태가 불법인 7개국을 돌며 ‘안전한 낙태’를 돕고 있습니다.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지난 2004년 포르투갈 정부는 낙태선이 자국에 정박하지 못하도록 군함 두 척을 보냈고 비슷한 시기 언론도 이 단체에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했고 가디언은 “히스테릭하다”고 평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도 한때 곰퍼츠의 의사 자격을 박탈하려고 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논쟁을 거듭하면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들을 막던 포르투갈은 2007년 국민투표를 거쳐 낙태를 합법화했고 네덜란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이들에게 배 위에서 낙태할 수 있는 공식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드론을 통해 유산유도약물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사진 Women on Wave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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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들에겐 제약이 많습니다. 지난 2017년 가톨릭 국가 과테말라에선 낙태선이 억류됐다 추방당한 일도 있었는데요. 이에 레티시아 제비치 파도 위의 여성들 대변인은 “종교는 존중한다”면서도 “낙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46년전 낙태 합법화한 미국, 여전히 논쟁 중
1973년 미 연방대법원에서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편결이 나온 후 손을 들고 있는 소송 원고 제인 로(왼쪽)와 그의 변호사 새라 웨딩턴(오른쪽). [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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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전 연방대법원에서 낙태 합법화 판결을 한 미국에서조차 논란은 진행형입니다.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은 낙태죄가 수정헌법 14조 프라이버시권에 어긋난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소송을 제기한 제인 로(본명 노마 매코비)와 담당 검사 헨리 웨이드의 이름을 따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95년 로는 종교를 갖게 된 후 “내 이름으로 불리는 법을 없애는 데 여생을 바치기로 했다”며 이 판결을 뒤집기 위해 낙태반대운동에 적극 나서기도 했습니다. 로는 끝내 판결을 뒤집지 못하고 지난 2017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5일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 대통령. 그는 이 자리에서 '후기 낙태'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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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되 그 이후엔 임신부의 생명이 위독할 경우 낙태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에 서명한 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에 윌리엄 갤스톤 브루킹스연구소연구원은 “트럼프가 낙태 등 문제를 백인 복음주의자의 지지를 얻기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지적했습니다. 낙태가 향후 트럼프 재선 가도에서도 피할 수 없는 이슈가 될 거란 예측이지요.
이처럼 낙태는 전세계 어디서나 뜨거운 감자입니다. 한국에선 오는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 처벌 조항인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는 낙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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