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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스킵(Skip)을 스킵하게 하는 광고 천만 조회수 기록한 ‘조용한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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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이용 전 15초 광고는 마치 손톱의 거스러미처럼 느껴지곤 한다. 15초~1분 사이에 달하는 광고가 뜰 때마다 스킵 버튼을 기다리게 되는 것은 매한가지. 그런데 최근 스킵 버튼도, 원래 보고자 했던 콘텐츠도 잊은 채 하염없이 보게 되는 광고가 있다. 그것도 모자라 세부영상까지 찾아보게 된다. 유튜브 상에서 ‘천만 영화’ 못지 않게 1000만 조회수를 불러 일으킨 화제의 광고, 바로 ‘조용한 택시’다.

공개 11일 만에 유튜브 영상 조회수 1000만 회 돌파, 각종 SNS 채널을 통한 공감과 호평을 얻는 광고가 있다. 지난 1월,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택시’ 영상이다.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된 이 영상은 지난 1월17일 오후 1000만 회를 돌파했고, 기사를 작성하는 현재(2019년 2월13일 기준) 한국어 영상 695만, 영문 자막 영상 861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도합 1550만 회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조용한 택시’ 광고는 30만 청각장애인들, 소수의 이야기를 다룬 ‘따뜻한 이야기’가 가진 힘의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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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택시와 현대자동차의 만남

지난해 6월 서울시 1호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로 선정된 이대호 씨. 그는 현재 ‘고요한 택시’*를 통해 매일 같이 손님을 맞이한다. 광고 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대호 씨의 고요한 택시에 타면 흔한 인사말 대신 태블릿과, 반가운 손글씨 인사문구를 만나볼 수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요한 택시 기사님의 딸입니다. 의사소통은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운전 실력만큼은 딸인 제가 보증합니다. 안심하고 이용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청각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있다.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운전을 해?’ ‘사고나 위험에 노출됐을 때 반응이 느리지 않을까?’ 등, 걱정 어린 인식 속에서 택시 승차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운전 능력 또한 의심하기도 한다. 때문에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들은 운전 시 보다 주의를 기울이지만, 오로지 시각에 모든 걸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차의 경적, 사이렌 소리를 제때 들을 수 없어 오해가 생길 때도 있다고 한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대호 씨의 사연을 듣고 ‘조용한 택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조용한 택시의 주요 기술은 시각과 촉각에 더 의존하는 청각장애인들을 고려해 주행 중 운전자가 알아야 할 다양한 청각 정보를 시각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조용한 택시 첫 드라이브 이후 “운전 너무 잘하시던데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잘 온 것 같아요”라는 승객의 인터뷰에는 ‘청각장애인도 충분히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보통과 다름이 없는 사실을, “승객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어도 마음은 들을 수 있다”는 이대호 기사의 말에는 청각장애인 택시기사와 승객이 목적지까지 동행하며 함께 웃음지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당 영상 채널에는 “이런 광고 정말 좋아요. 널리널리 퍼져서 인식이 조금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화이팅!” “광고를 스킵하지 않고 끝까지 본 적은 처음이네요. 응원합니다!” 등의 응원글이 쏟아지고 있다. 광고 말미에 청각장애인이 택시 운전의 권리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이 15년이라는 자막이 흐른다. 어쩌면 이 기나긴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는 시민들의 장애인 택시기사에 대한 인식 개선이 단 15초 전후의 광고로 한층 빨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글 이승연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유튜브 캡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7호 (19.02.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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