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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시승기] '등산하는 스포츠카' 재규어 I-PACE, 인천대교에선 완전 자율 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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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재규어 순수 전기차 ‘I-PACE’를 처음 접해 본 게 벌써 작년 6월이다. 포르투갈 라고스 일대에서 진행 된 I-PACE 글로벌 시승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어렵게 얻었을 때다. 그 때만 해도 국내 출시까지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릴 줄 몰랐다. ‘전기스포츠카’ ‘전기 SUV’ ‘전기 스포츠세단’ 어느 세그먼트로도 이 차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 I-PACE였다. 인증 기관에서 요모조모 따져볼 항목이 많았을 법도 하다.

근 반년만에 재규어 I-PACE를 우리나라에서 다시 만났다. 완전하게 새로운 종족을 우리나라 시장이 받아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작년 초여름의 기억이 생생히 살아날 지 걱정스러웠다.

가격 얘기를 먼저 풀면 포르투갈에서의 신선한 충격이 확 돌아올까?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는 이 차를 ‘EV400 SE’ ‘EV400 HSE’ ‘EV400 퍼스트 에디션’으로 세분하고 각각 1억 1,040만 원, 1억 2,470만 원, 1억 2,800만 원의 가격을 매겼다. 포르투갈에서 받은 충격의 가치가 현실 화폐로 환산 된 수치다. 예상치보다 낮은 감은 없다. 기존의 잣대로는 정의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에 매겨진 가격이다.

상세 제원에서는 최대 주행 거리가 달라졌다. 작년 글로벌 시승행사에서 받은 자료에는 I-PACE의 완충 시 최대 주행 거리가 480km로 나와 있었다. 폭스바겐 발 디젤게이트 이후 새로 도입된 방식, 국제표준시험법(WLTP)으로 측정한 주행거리였다. 그런데 국내 인증에서는 최대 주행거리가 100km 넘게 줄어 있었다. 국내 인증 기관이 측정한 배터리 완충시 달릴 수 있는 최대 주행거리는 333km다.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원래 변수가 많다. 도로 조건 뿐만 아니라 날씨와 기온에도 영향을 받는 게 배터리 성능이다. 보편적 기준을 정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그래도 100km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이 쉽지 않다. 열악한 충전 인프라는 배터리 잔량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부터 운전자를 불안에 떨게 한다. 100km의 차이는 불안과 안심의 경계가 달라질 수 있는 수치다. 유럽 쪽이 상대적으로 후할 수도 있고, 국내 인증 기준이 까다로울 수도 있다. 딱히 어느 한 쪽을 편 들 수가 없는 게, 배터리에 끼치는 ‘변수’들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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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주행거리가 확 줄어든 아쉬움은 있지만, 글로벌 시승 이벤트에서 I-PACE가 던진 인상은 ‘신종족’이었다. 전기차라 하기엔, SUV라 하기엔, 세단이라 하기엔, 스포츠카라 하기엔 너무나 많은 것을 갖추고 있었다. 이 모든 분류를 합쳐 하나의 운동체로 만들어 낸다면 그것이 I-PACE가 아닐까 싶었다.

그랬던 I-PACE를 인천 영종도에서 다시 만났다. 영종도와 송도국제도시, 그리고 두 곳을 잇는 인천대교를 오가며 I-PACE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신종족을 접했던 설렘은 많이 차분해져 있었다. 그 사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도 전기차가 많이 보급 됐다.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I-PACE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애서는 영종도와 송도를 오가는 주행 정도로는 부족했다.

포르투갈에서 I-PACE는 경치 좋은 남부 휴양지 라고스의 한적한 산길은 물론, F1 경주가 열리는 알가르베 국제 서킷의 레이싱 코스를 내달렸다. 이 정도였으면 충격도 아니다. 오프로드 주행을 한다고 하더니 눈대중으로도 높이가 족히 200미터는 돼 보이는 산을 하나 넘어 버렸다. 전기차가 가장 취약할 것으로 여겨지는 개울을 건너더니 산등성이를 따라 난 흙길, 돌길을 꾸역꾸역 타고 올라갔다. 폴폴 뿜는 먼지와 울퉁불퉁한 바위는 I-PACE의 장애물이 아니었다. 가장 큰 난관은 운전자의 공포심 뿐.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전방 상황을 알 수 없어 전방 카메라와 어라운드뷰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코스를 무덤덤하게 뛰어 넘었던 I-PAC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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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글로벌 시승행사와 같은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재연할 수는 없었을 게다. 1억 원을 가볍게 넘기는 차로 개울을 건너고, 산을 넘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렵다. 다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I-PACE가 그 험한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해냈다는 사실이다.

영종도 시승코스에서 전혀 얻을 게 없었던 건 아니다. I-PACE의 자율주행 기능이다. 구간 단속 카메라가 설치 돼 있는 인천대교는 I-PACE가 갖추고 있는 자율주행 기능을 테스트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다리를 건너는 다른 모든 차들이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은 모든 차들이 프로그램에 의존해 달릴 때 제 효과를 낸다. 자율 주행을 하고 있는 차들 사이로 인간 운전자가 모는 차가 단 한 대라도 휘젓고 다닌다면 도로는 난장판이 난다.

I-PACE의 자율 주행 기능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그 어떤 차들보다 고집이 셌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라도 그 단계는 제각각이다. 좌우 한쪽 차선만 인식해 기준이 되는 차선을 중심으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는 반복하는 차도 있다. 요즘에는 양 차선을 모두 인식해 차를 양 차선의 중간으로 유도하는 반자율 시스템이 많아졌다. I-PACE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뭐랄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버지는 잠시 비켜달라’고 고집피우는 아들 녀석 같다고나 할까? 마치 운전자의 개입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뻣뻣하게 운전대를 지배하고 있었다.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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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실용성에 대한 깨우침도 있다. 포르투갈에선 내달리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능력이다. I-PACE가 SUV의 형태를 지니다 보니 뛰어난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트렁크 적재 용량이 656리터로 일반적인 중형 SUV보다 크기도 하지만 뒷좌석을 접을 경우 1,453리터까지 늘어난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보닛 아래에도 27리터의 적재공간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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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다운 매력은 스펙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0kg.m을 낸다. 이쯤 되면 나오는 숫자가 또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른바 제로백은 SUV 모양을 하고도 4.8초에 불과하다.

배터리는 국내 표준 규격인 콤보 타입 1 충전 규격으로 국내에 설치된 대부분의 공공 충전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100kW 고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40분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고 50kW 공공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80%까지 충전하는데 90분이 소요된다.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잔량의 스트레스에서 해방 된 전기차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정숙한 실내는 말할 것도 없고, 엔진오일 교환 같은 유지 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다. “전기차를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은 있어도, 전기차를 한 번만 타본 사람은 없다는”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한 번 전기차를 구입해 본 사람은 더 이상 내연기관 차를 사지 않는다고 한다. 성능 좋은 가전 제품이 돼 가고 있는 전기차의 미래를 I-PACE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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