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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동서남북/정재락]솔선수범하는 훈훈한 공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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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대공원 인근에 사는 A 씨(56)는 최근 휴대전화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울산대공원 동문 근처 건강드림센터 이경희 센터장이 보낸 것이었다. A 씨는 지난달 대공원에 산책 갔다가 건강드림센터에서 건강을 측정했다. 근육량과 체지방, 혈압 등 기본 사항을 체크한 검진표를 받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건강을 체크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이 센터장이 정기 검진을 위한 재측정을 권하는 내용을 친절히 안내한 것이다.

건강드림센터는 울산시체육회가 생활체육 활성화와 시민건강 증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체성분 검사기, 혈압과 근력, 폐활량 측정기 등이 구비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결과표를 근거로 이 센터장이 맞춤형 건강 상담까지 해준다. A 씨는 “예상하지 못한 이 센터장의 문자 한 통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몇 년 전 중국 현지 공직사회에 퍼져 있는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의 4가지 유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조그만 재량권이라도 있으면 이를 최대한 휘두르는 ‘관위(官威)’, 특권을 누리지 못할 바에야 가급적 일도 벌이지 않는 ‘불위(不爲)’, 책임 추궁을 면하기 위해 교묘한 말로 포장하는 ‘홀유(忽悠)’, 그리고 일은 하되 최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범위에서 하는 ‘간객(看客)’이 그것이다.

한국 공직사회에도 이런 풍조는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공직자는 이 센터장 외에도 주위에 많다.

울산 북구 농소면 속심이 마을. 대부분 70대 이상인 주민 15명이 살고 있다. 국도에서 내려 도보로 20여 분 걸리는 데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많아 차가 없으면 출입은 어렵다. 몸이 아프면 객지의 자식을 부르거나 지나는 차를 얻어 타야 한다. 이런 ‘오지’에 최근 낭보가 날아들었다. 다음 달부터 ‘마실 택시’가 운행된다는 소식이다.

마실 택시는 울산시가 2015년부터 교통복지 실현을 위해 오지에 운영하는 교통 서비스. 주민이 택시 요금 1000원만 내면 나머지는 시가 내주는 제도다.

이 마을에 마실 택시가 운행될 수 있었던 것은 시 버스택시과 정부식 사무관 덕분이다. 공무원 초임 시절 농소면사무소에 근무했던 정 사무관은 속심이 마을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다. 지난해 7월부터 마실 택시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직원들과 논의해 이 마을에 마실 택시를 운행하기로 결정했다. 주민 B 씨(82)는 “공무원이 주민 불편을 먼저 파악해 해결해 주니 너무 고맙다”고 기뻐했다.

이 센터장과 정 사무관 외에도 국민(주민)의 입장에서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가 많을 것이다. 이들이 있기에 사회는 더 밝아진다. 국민들은 공직자들의 사소한 친절에도 크게 감명 받는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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