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바노베츠 수석부사장·CTO
전혀 새로운 것 만들어야 혁신?
기존 제품·기술 섞어도 가능한 일
46개 원천기술로 특허 11만개
매년 신제품 1000개 이상 선보여
항공기용 그래픽 필름을 붙인 대한항공 B777-300ER 여객기의 모습. 그래픽 필름을 붙이는 데에는 3M의 접착 기술을 적용해 수만미터 상공이나 영하 40~50도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변형되지 않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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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용품 ‘포스트 잇(Post it)’으로 유명한 3M은 소비재는 물론 의학과 헬스케어, 전기 및 에너지 사업을 선도하는 ‘혁신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매출은 317억 달러(2017년 기준, 약 35조6500억원), 보유 특허는 11만2403개(같은 해 7월 기준)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3M의 혁신 비결에 대해 이 회사 존 바노베츠 수석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물었다.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한국3M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바노베츠 CTO의 한국 언론 인터뷰는 중앙일보가 처음이다.
존 바노베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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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회사가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6만5000여 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덕분에 전체 매출 중 포스트 잇 같은 소비재의 비중은 15%가 채 안된다.
혁신을 위해선 다른 기업과도 과감히 힘을 합친다. 한 예로 3M은 최근 4차산업 솔루션 회사인 에크하르트와 함께 ‘로봇 기반 자동화 테이프 부착 시스템(이하 3M ATS)’을 개발했다. 에크하르트의 자동화 로봇 기술과, 3M의 접착 기술을 합친 것이다. 두 회사는 이를 무기로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간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한국 기업과도 활발히 협력한다. 그가 이번에 내한한 것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안테나 코일의 저항을 기존보다 20% 가량 줄인 신기술을 삼성전자 등에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는 “삼성이나 LG처럼 강력한 제조업 기반과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조금 더 유연한 사고를 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3M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최근 5년 내 출시된 제품에서 나온다. 제품 연구개발에 대한 노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NPVI(New Product Vitality Index)라는 개념도 있다. 기존 기술을 활용해 얼만큼 새 제품을 내는지 측정하는 척도다. 한 해 연구개발(R&D) 투자는 매출의 6%를 넘긴다.
조직 내부엔 혁신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대표적인 게 ‘15%룰’이다. 업무시간의 15%는 직원 개개인이 자신만의 창의력을 개발하는 데 사용토록 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든 회사는 간섭하지 않는다. 이 원칙은 1949년부터 지켜져 오고 있다. 바노베츠 CTO는 “구글의 20%룰은 3M을 벤치마킹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대신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비용 등은 직원들로 구성된 챕터(Chapters)를 통해 지원한다. 누굴 지원하는지 등도 모두 직원들이 결정한다. 아이디어에 따라 5000 달러(약 560만원)~10만 달러(약 1억1200만원)까지 준다.
실패해도 별다른 처벌은 없다. “연구개발 관점에서는 실패가 아니라 다음 연구의 밑자료이기 때문”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바노베츠 CTO는 “한국 기업들은 대단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혁신이란 결국 한 분야나 특정 지역에서 나오는 게 아닌 것인 만큼 다양한 지역의 여러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센터와 디자인센터 등을 지구촌 곳곳에 더 흩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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