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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세계와우리]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군사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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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로운 길’ 언급 해석 분분 / 핵 쥔채 개혁·개방 나설 수도 /‘신베트남 모델’ 지향한다면 / 北주도 한반도 통일 부를 것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 필자는 2017년 초부터 북한이 핵을 가진 친미비중(親美非中) 국가 개혁개방모델인 ‘신 베트남모델’로 변화될 가능성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베트남에서 개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이 베트남모델로 변화하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이 친미비중국가 개혁개방체제로 전환하는 ‘북한의 베트남모델화’는 역사의 진보이고, 남북 모두에 좋은 일이지만 핵을 가진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북한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는 ‘한반도 전체의 베트남모델화’는 역사의 퇴보이고, 한국 입장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1월 2일 신년연설에서 ‘대만과의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무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옵션을 유지할 것’임을 천명해 논란이 됐다. 북한의 신년사에서는 ‘새로운 길’이 언급돼 논란이 많다. 북한의 새 길에 대해서는 ‘북한이 남한과 함께 친중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분석한 견해가 설득력이 있었다. 이 견해는 기본적으로 타당하나, 북한이 말한 ‘새로운 길’에는 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시 주석의 대만통일관련 군사옵션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은 ‘한반도 통일’ ‘대만과의 통일’을 국가의 최고이익으로 설정하고 있다. 과거 베트남 공산당이 통일을 최고 목표로 한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의 ‘새로운 길’ 언급과 관련해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 ‘통일의 앞길을 가로막는 외부 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 ‘조국 통일 수호’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일보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중국의 옌쉐퉁 칭화대 교수는 “북한 비핵화는 미국도 할 수 없는 일이며 이미 끝난 것”으로 주장했다. 북한은 이제 핵을 가진 채 개혁개방, 친미비중국가가 되고 나아가 북한주도 한반도통일을 실현하는 ‘신 베트남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베트남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친미국가가 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그와 결합된 핵위협제거 목표가 달성된다면 적정한 수준의 타협을 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 간의 체제경쟁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1988년 이후 약 30년 동안 지속한 한국의 체제 우위를 지난해를 분수령으로 북한의 상대적 우위로 바꾸었다고 평가된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우세할 뿐 군사적·외교적으로는 이미 북한에 추월당한 것이다.

현재 남과 북은 배부른 돼지와 굶주린 늑대로 비유할 수 있다. 북한의 노동당은 남한흡수 통일전략의 리스크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에 북한주도 한반도 통일 전략의 기본은 한국에 친북 좌파정권을 지속시키면서 북한 노동당이 남북을 분할 관리하는 소위 연방제통일과정을 거치는 단계적 통일전략이다. 그러나 이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올해 이후 정세에서는 북한이 군사옵션과 공작을 통해 한국에 종북정권 수립을 통한 통일전략을 실행할 가능성이 15% 내외라고 분석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퇴이다. 그런데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공히 북한과 북한노동당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채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 정세를 해석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냉철한 전략·전술에 따라 북한주도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장애물을 제거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의 정찰능력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한 지난해 9월의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이다. 또한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강력한 지원군이었던 미국은 자신의 국익문제, 국내 문제 해결에 바쁜 상황이다. 나아가 미국은 북한이 친미비중국가인 ‘신 베트남모델’을 지향할 경우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과 화해했듯이 적당히 타협할 가능성이 큰 상태이다. 대한민국이 간고분투하지 못하면 베트남공산당 주도의 베트남 통일이 실현됐듯이 북한 노동당주도 한반도 통일은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이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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