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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댓글조작’, 민주당 고발에서 김경수 구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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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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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52)가 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설날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67), 양승태 전 대법원장(71),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도 김 지사와 같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드루킹’ 김동원씨(50) 일당과 온라인 여론조작을 공모한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댓글작업 대가로 김씨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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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법률대책단이 지난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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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시작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월29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추진 등 네이버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 댓글들에 조직적인 매크로 조작이 가해진 것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고발한 지 꼭 1년 하고도 하루 만이다. 당시 민주당은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까지 꾸려 당 차원의 대대적인 대응에 나섰다.

보수진영의 댓글조작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은 민주당 고발 두 달여 만에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성격이 180도 바뀐다. 지난해 3월21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김씨 일당의 근거지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를 압수수색하고 김씨 등 3명을 긴급체포하면서 이들이 민주당원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곧이어 김씨가 김 지사 등 민주당 측 인사들과 텔레그램 등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를 이용해 대화를 주고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가 댓글조작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정부 비판 댓글 공감수를 높이는 ‘보복’을 가하면서 사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 수사는 축소·편파 수사 논란을 빚었고, 김씨는 조선일보에 옥중편지를 보내 “김 지사 앞에서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이 김 지사에 관한 자신의 진술을 묵살하고 있다고도 했다. 사건은 일파만파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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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끈난 후 노회찬 의원의 영정이 의원회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특검으로 넘어간 공…‘노회찬 사망’으로 위기

결국 지난해 5월21일 드루킹 특별검사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실체 규명은 특검 몫으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해 6월7일 허익범 변호사(60)를 특검에 임명했다. 같은달 27일 특검은 60일간의 수사를 공식 개시했다. 그 사이 현역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는 의원직을 사퇴하고 지방선거에 출마해 경남지사에 당선됐다(6월13일).

특검이 정권 초 대통령 최측근이자 정권 실세를 잡을 수는 없을 거란 평이 많았다. 실제로 허 특검은 후보자들이 줄줄이 제안을 고사하면서 특검보를 비롯한 특검팀을 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고 특검 주변에서는 김 지사 대신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이름이 오르내렸다. 노 의원이 김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특검이 실세는 건드리지 못하고 곁가지를 잡아넣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던 7월23일 노 의원이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특검을 향한 비난이 이어졌다. 특검에 찾아온 중대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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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해 8월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결 발표를 마치고 승강기를 타고 자리를 떠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김경수 구속 무산…‘실패한 특검’ 평가받았지만

이후 특검은 김 지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8월6일과 9일 연달아 김 지사를 피의자로 소환조사했다. 활동 종료를 불과 보름 앞둔 시점이었다. 같은달 15일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 이유로 기각했다. 허 특검은 역대 특검 중 최초로 연장 신청도 하지 않고 8월25일 활동을 마쳤다.

김 지사와 김씨 등 1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김 지사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비공감 클릭 8840만1200여회를 조작하는 드루킹 일당의 작업을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실패한 특검’이란 평가는 지울 수 없어 보였다. 믿기 어려운 김씨 일당의 진술만 좇다가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이었다. 김 지사도 특검 수사와 재판에서 김씨 등이 상황에 따라 진술을 뒤집고 서로 진술이 엇갈린다며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는 전략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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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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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예상못한 법정구속…‘진술 짜맞추기’ 입증 가능할까

1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드루킹 일당의 일부 진술은 믿을 수 없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2차례 공판준비기일과 9차례의 공판 끝에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995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가 생긴 뒤 실형이 확정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이 죄는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돼 왔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무죄 선고 가능성을 더 높게 봤고,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김 지사와 여권은 큰 타격을 입은 채 설연휴를 보내고 있다. 이례적인 법정구속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의 보석을 허가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김 지사가 항소심에서 김씨 일당의 조직적인 진술 짜맞추기를 입증해야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대법원 상고심까지 쉽지 않은 싸움이 김 지사를 기다리고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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