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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Tech & BIZ] 소리 기술의 진화… 음파 쏴 주변 소음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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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五感) 중 인간이 가장 먼저 접하는 감각은 청각이다. 태아는 수정 후 8~12주 사이에 소리를 들을 수 있고 20주가 되면 청각 기관이 거의 완성돼 엄마 몸 밖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대부분 듣는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소리에 민감하다. 최근 1000만명 가까운 관람객을 끌어모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도 좋은 음악을, 영화관에 설치한 특수한 스피커를 활용해 들려준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인간이 항상 소리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어떤 소리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때로는 생생한 소리를 들려주고, 때로는 주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소리 제어 기술에 음향 전문 업체·IT(정보기술) 업체들이 뛰어드는 이유다.

◇헤드폰으로도 홈시어터처럼 웅장한 소리 구현

일본 소니는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360 리얼리티 오디오'를 공개했다. 음악을 제작하는 사람이 보컬, 코러스, 악기의 거리·각도와 같은 위치 정보를 사전에 입력해 놓으면 헤드폰만 착용해도 마치 공연장에 온 것처럼 입체적인 음향을 들을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피아노 소리는 왼쪽에서 크게 들리고 바이올린 소리는 오른쪽에서 크게 들리는 식이다. CES 전시회 현장에서 이 기술을 체험하는 관람객들이 음악 소리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의심하며 헤드폰을 여러 차례 벗었다가 착용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소니는 다양한 공연 현장에서 나오는 오디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각종 클럽·극장과 파트너십도 맺었다. 소니는 이 기술을 적용한 헤드폰을 올해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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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연장 현장에 온 것처럼 입체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소니 헤드폰(왼쪽). 스피커 설치 위치·방향에 관계없이 앉아 있는 사람 방향으로 소리를 보내는 LG전자 사운드 바(가운데).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과 주변음을 들려주는 기능이 적용된 이놈들연구소 이어폰 HB-N50. /소니·LG전자·이놈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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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CES에서 2019년형 사운드바를 공개했다. 이 제품엔 위치와 각도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자이로 센서가 탑재돼 있다. 설치 환경을 파악해 가장 알맞은 각도로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사운드바를 테이블과 같은 평면에 놓았는지 또는 벽면에 부착했는지를 스스로 파악한 뒤 정면으로 향하는 소리와 천장으로 향하는 소리의 크기를 자동으로 조정해 입체 음향을 만드는 식이다. 스피커가 아래 방향으로 설치가 돼 있더라도 소리는 사람이 앉아 있는 정면 방향으로 나온다.

음향 전문 기업 돌비가 개발한 '돌비 애트모스' 기능이 적용된 스피커는 홈시어터(hometheater)를 꾸밀 때 적합하다. 돌비 애트모스 기능을 제대로 즐기려면 전면 좌·우·가운데와 후면 좌·우에 5개 스피커, 우퍼 스피커 1개, 천장을 향하는 스피커 2개가 필요하다. 천장을 향하는 스피커는 소리가 천장에서 굴절되면서 마치 앉아 있는 사람의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과 같은 입체 효과를 낸다.

◇주변 소리 선택해 들려주고 뼈로 소리 전달하는 기술까지

최근 이어폰·헤드폰 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기술은 '주변음' 처리다. 헤드폰을 착용했을 때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을 완전히 차단해주는 기능이다. 이 기술은 장거리 비행을 하는 승객이나 주변 차량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음악을 듣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불리는 기술로 항공기·지하철·열차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반대되는 파형의 소리를 만들어 소음을 낮추는 방식이다. 소음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굳이 외출할 때 볼륨을 키울 필요가 없어 청력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헤드폰의 경우 소음이 90% 이상 차단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면도로나 생활도로에서 뒤따라 오는 차량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등 안전 우려가 제기되자 음향 업체들은 주변음을 들을 수 있는 주변음 모드를 탑재했다. 주변음 모드를 설정하면 이어폰 좌·우에 내장된 고성능 마이크가 주변음을 수집해 음악과 함께 이어폰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음악은 계속 재생되는 상태로 사람 목소리, 공항·지하철 안내 방송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기능이다. 2016년 소니가 헤어스타일과 안경 착용 여부 등에 따라노이즈 캔슬링을 최적화 하는 기능을 처음 적용했고 음향 전문업체 하만코리아도 지난 28일 유사한 기능을 갖춘 제품 AKG N700NCBT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에서 배출한 스타트업 이놈들연구소도 지난해 비슷한 기능을 적용한 이어폰을 출시했다.

일본 시미즈 건설은 터널 내에서 방진 마스크와 방음 귀마개를 한 상태에서도 통화할 수 있는 '골전도 헤드셋'을 개발했다고 일본 일간공업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사람이 소리를 듣는 방식은 고막의 진동을 통해 듣는 방식과 주변의 뼈를 통해 들리는 방식으로 나뉜다. 이 헤드셋은 후자 방식이다. 회사 측은 "나가사키현에서 시공 중인 터널에서 시제품을 시험해보니 '매우 시끄러운' 환경에 속하는 90~95㏈(데시벨)에서도 명료한 음질로 통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 부품 제조기업인 교세라가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2020년 시판할 계획이다.

김강한 기자(kimstr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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