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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틴더? 아만다? 결정사?…`진짜 인연` 못 만난 게 당신 책임만은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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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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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26] 온 가족이 모이는 설 명절에 오히려 싱글 남녀들은 괴롭다. 만나는 애인은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건지 질문공세가 퍼부어진다. 씁쓸한 마음에 요즘 유행하는 데이팅 앱인 '틴더'나 '아만다' 등을 해보기도 하지만 집안 어르신들은 '결정사(결혼정보회사)'에서 잡아주는 중매를 알아보라고 괜히 참견하기도 한다.

'진짜 인연' '천생연분' '진정한 사랑'을 못 찾은 사람이더라도 그 책임은 당사자가 아닌 다른 쪽에 있을 수 있다. 최근 우위에(Wu Yue) 피츠버그대 카츠경영대학원 마케팅 조교수와 패디 파드만납한(V. Paddy Padmanabhan) 인시아드대 마케팅 교수(Chaired Professor)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기고한 '구독 기반 데이팅 사이트의 전략 퍼즐'을 통해 매칭 플랫폼 업체의 수익모델 유형에 따라 '진정한 인연'을 만날 가능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수백 년 동안 결혼은 주로 중매 형태로 부모의 손에 맡겨졌다. 20세기 들어 현대인 대부분은 주로 친구, 가족, 직장 동료 등 지인을 거쳐 인생의 '짝'을 만났다. 컴퓨터 기반 매칭은 미국에선 1959년부터 시작했지만 가장 큰 변화는 1990년대 중반 들어 처음으로 온라인 데이팅 웹사이트가 탄생하면서 출발했다.

현대판 중매 혹은 커플매칭은 이제 웹사이트를 넘어 모바일 데이팅 앱으로 확장됐다.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틴더는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9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매출 가운데 90% 이상이 매칭 확률을 높인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는 400만명이 넘는 유료회원에서 나온다고 알려졌다. 국내 유사 서비스로는 '아만다' '정오의 데이트' 등 여러 데이팅 앱이 경쟁하고 있다.

이제 온라인 데이트 매칭 혹은 중매는 미국에서만 연간 25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산업이 됐다. 미국인 약 25%는 인터넷을 통해 짝을 만나고 있다.

초기 데이트 웹사이트 대부분은 사용자(유저)가 자유롭게 회원을 검색하고 연락할 수 있는 단순한 플랫폼으로 운영됐다. 더 새로워진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매칭 기술을 중요한 고객 가치로 탈바꿈시켰다. 매칭 사이트 'eharmony'의 경우 '29가지 차원의 호환성'을 기반으로 '싱글 매칭을 위한 과학적인 접근법'을 사용한다고 강조한다. 이게 과연 사랑을 찾는 데 더 적합한 방법일까?

◆현대 매칭 비즈니스의 핵심 딜레마

우 조교수와 패디 교수는 최근 카네기멜런대 출신 장카이푸(Zhang Kaifu) 교수, 알리바바그룹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 매칭 기업과 고객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해충돌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대개 유저는 맘에 드는 짝을 찾으면 매칭 플랫폼 구독을 끝내고, 회사는 수익과 현금 흐름에 타격을 입는다. 따라서 이윤 극대화를 위해 매칭 기업이 가장 최고의 기술을 위해 혁신할 것인지, 혹은 혁신을 거부할 것인지 분명치 않다.

물론 매칭 플랫폼은 유저가 처음부터 충분히 참여할 만큼 좋은 플랫폼이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매칭 알고리즘 효과가 종종 매칭 플랫폼 기업의 주장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커플매칭 사이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고위급 취업 사이트의 고위 임원은 "우리의 가장 큰 도전과제는 매칭 기술이 너무 뛰어나다는 데 있다. 소규모 고용주는 적합한 후보를 너무 빨리 찾아 높은 구독 서비스 해지율로 이어진다"고 전한다. 그 기업은 성장하려면 대규모 영업인력이 필요해서 점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규모로 덜 효과적인 매칭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분명하게 하자면 기고자들이 말하려는 건 커플매칭 사업에 부적합한 기술을 사용하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플매칭 기업은 다른 산업군에서 중개 업체로 활동하는 많은 경우에 배울 점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들의 딜레마를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팅 앱이나 구직 사이트 외에도 고객을 공급 업체와 매칭해주는 B2B(기업 간 거래) 조달 사이트에도 폭넓게 응용 가능하다.

이런 접근법은 심지어 매칭 플랫폼 사업을 넘어 제품·서비스가 소비자의 목표 달성을 돕고, 목표 달성 이후에 제품 사용을 중단하게 되는 모든 종류의 사업에 적용될 수 있다. 생명공학 기업이 새 치료제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문제에서 최근 골드만삭스는 이 문제를 파악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한번의 치료로 환자와 사회에 큰 가치를 안겨주지만,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추구하는 제약사에는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장기적으로 치료제가 제약사 비즈니스에 좋지 않을 수도 있는 셈이다.

◆기업 혁신을 장려하거나 하지 않는 주된 요인은?

기고자들의 게임 이론 분석에 따르면 두 가지 주요 요인이 더 나은 매칭 기술을 제공하려는 중매 기업의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

첫째로 사용자가 더 많은 커뮤니티·플랫폼일수록 더 좋게 매칭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회사가 매칭 효과를 저감시키면,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시간이 가도 매칭되지 않은 상태로 놓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실망할 수 있지만, 그들의 꾸준한 존재는 그 자체로 신규 유저들에게 이점으로 작용한다. 낮아진 이탈률에 의해 잠재 고객 풀이 늘어나면서 모든 남아 있는 사용자의 경험이 개선된다. 요컨대 초창기 유저는 차선책에 불과한 매칭 알고리즘에도 불구하고 약간 아쉬운 기술이 오히려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기술 혁신에 대한 두 번째 장애물은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의 참을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가상 인물인 7년의 결혼생활을 끝낸 '돌싱' 손언진 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녀는 다시 데이트를 하고 싶지만 적절한 상대방을 찾는 일을 서두르고 싶어하진 않는다. 그녀는 새 옵션을 열어두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 매달 작은 비용을 지불하는 걸 더 행복하게 여길 수 있다.

다른 가상 유저인 김태평 씨는 긴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인물이다. 한국에서 스쳐지나가는 인연을 몇 명 만난 그는 이제는 결혼하고 가정을 이뤄 정착하길 꿈꾼다. 조만간 그는 싱글 시장에서 빠져나갈 예정이다.

그다음 질문이 중요하다. "연애 시장에 손언진 씨나 김태평 씨 같은 사람들이 더 있는가?" 손언진 씨는 더 좋은 매칭 기술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는 확실히 김태평 씨를 만나기 위한 기술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기고자들은 매칭 플랫폼 기업이 보다 나은 매칭 기술을 개발할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만드는 몇 가지 요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는 경쟁이다. 매칭 플랫폼 간 경쟁이 충분히 치열해지면 서로 구독료를 낮추면서 마진 폭도 줄어든다. 개별 유저의 금전적 가치가 하락하면 매칭 회사가 자신들의 캐시카우(유저)를 상실할 것이란 걱정도 줄어든다.

더 나은 매칭 기술은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쟁이 없는 상황에선 매칭 기업이 더 많은 구독료를 책정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고 또한 귀중한 고객이 너무 빠르게 파트너를 만나는 걸 더욱 망설이게 만든다. 만약 유저들이 달리 갈 곳이 없다면 덜 효과적인 매칭 기술 덕분에 더 오래 매칭 플랫폼상에 머무를 수 있다.

매칭 플랫폼 회사에 기술 혁신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가입·구독 기반 수익모델을 성공적인 매칭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성공보수' 같은 수수료 기반 모델로 변경하는 것이다. 수수료 기반 모델은 중매 업체의 이해와 고객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다. 사실 헤드헌팅 업계나 'Selective Search and Janis Spindel's Serious Matchmaking' 같은 하이엔드 매칭 사이트는 이미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온라인 데이팅 웹사이트나 모바일 데이팅 앱은 실제로 '거래(만남 성사)'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수료 기반 시스템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대신 이렇게 수수료가 비현실적인 다른 경우에는 매칭 기업은 더 긴 구독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선불금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유저를 확보하면 이탈에 대한 회사의 고민도 해결하고 매칭 기술 개선 의지를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유저는 가장 좋은 매칭 기술을 가진 데이팅 플랫폼 업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운명적인 사랑을 발견하는 일에 무척 진지하게 임할 경우에 말이다.

다행히도 매칭 플랫폼 회사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유저들은 진정한 사랑과 최고의 매칭 기술을 대가로 얻게 될 것이다. 이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열쇠는 데이팅 업체의 전략적 딜레마를 해결하고 수익이 매칭 기술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확실히 하는 것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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