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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잠복근무하려 차린 닭집… 뜻밖의 대박, 터지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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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극한직업

툭 던지듯 맛깔난 대사와 적당히 치고 빠지는 액션

지금까지 이런 형사들은 없었다.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은 잠복근무를 위해 통닭집을 차린 다섯 형사의 좌충우돌기를 담았다. 다만 너무 성의껏 닭을 튀긴 탓일까. 돈을 쓸어 담는 '초대박 치킨집'이 되는 바람에 마약 수사는 뒷전이다. 닭 장사에 매진하는 엉뚱한 형사들의 활약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자동응답기가 아니다.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전화를 받는 마약반 만년 반장 고 반장(류승룡)과 혼을 담아 닭을 튀기는 절대 미각 주방장 마 형사(진선규), 마늘과 양파를 썰며 쉼 없이 눈물을 흘리는 막내 영호(공명) 등 캐릭터마다 개성이 통통 튄다. 추리닝 차림에 머리를 질끈 묶고 걸걸하게 욕을 뱉어 내는 장 형사(이하늬)의 소탈한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수원왕갈비통닭'의 성공 비결이 적절한 분업과 협업이듯 영화의 맛도 감초 같은 배우들 덕에 풍부하게 살아난다.

조선일보

배달용 봉고차를 타고 납치된 동료를 찾아 나선 영화 ‘극한직업’의 마약반 형사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류승룡·이하늬·공명·이동휘.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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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액션인가, 코미디인가. 액션 영화치고는 말이 많지만 결코 지겹지 않다. 팔짱을 끼고 앉은 까칠한 관객이라도 어느새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가 있으리라. 나도 모르는 새 실실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 코미디'가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일까. 한 박자 늦게 무심하게 툭 던진 대사에 이유 없이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적당한 때 치고 빠지는 기막힌 타이밍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이다.

그의 '말맛'은 어느 날 갑자기 툭 떨어진 게 아니다. 2012년 독립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로 제38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으며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과속 스캔들' '써니' 등 대본 각색을 맡아 감칠맛 나는 대사로 주목을 받아 온 공력의 소유자다. 이병헌 감독은 지난 10일 시사회에서 "코미디에서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 초고를 써준 배세영 작가에게 '지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배틀' 하듯이 작업했다"며 '말맛'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속도감 있는 액션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다섯 형사와 범죄 조직의 액션 장면이 주를 이루는 영화 중후반부터는 다소 늘어진다. 마약 범죄 조직의 수장 역 신하균과 그를 쫓는 고 반장 류승룡. 두 배우가 한 장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볼거리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때리고, 쫓고, 찌르는 장면이 불필요하게 긴 느낌이다. 그럼에도 닭 장사에 매진하던 지질한 형사들의 반전 매력과 이병헌 감독의 쫀쫀한 대사는 충분히 즐겁다. 15세 관람가.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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