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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슈퍼리치 NOW] (28) 하이 주얼리의 전설 `반클리프 아펠` 역사·스토리·예술성 3박자 `보석의 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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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에는 사람을 매혹하는 힘이 있다. 상위 0.1%를 타깃으로 하는 ‘하이 주얼리’는 더 그렇다. 수억원에 달하는 주얼리를 턱턱 사들이는 배경에는 ‘과시’를 넘어서는 ‘감상’의 욕구가 존재한다. 프랑스 하이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Van Cleef&Arpels)’이 슈퍼리치 사랑을 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주얼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반클리프 아펠의 성공 비결 3가지. 오랜 역사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예술적 가치다.

매경이코노미

헤리티지 컬렉션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진귀한 주얼리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은 1959년 제작된 목걸이와 이어링.


1. 125년에 달하는 역사와 전통

▷최신 인기 컬렉션 ‘알함브라’도 50살

반클리프 아펠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주얼리 브랜드 중 하나다. 보석공 아들인 ‘알프레드 반클리프’와 보석 딜러의 딸 ‘에스텔 아펠’이 1895년 결혼하면서 탄생했다. 두 가문의 성을 합쳐 ‘반클리프 아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25년 역사가 저절로 생겼을 리 없다. 반클리프 아펠은 전 세계 왕족과 셀럽의 ‘맞춤형 주얼리’를 제작하면서 명성과 실력을 쌓았다. 수많은 반클리프 아펠 애호가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역시 할리우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다. 1956년 모나코 왕 레니에 3세가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을 기념하는 주얼리를 주문했고, 반클리프 아펠은 세 줄의 진주 목걸이를 다이아몬드 클립으로 고정한 목걸이 세트를 만들었다. 예물 제작을 인연으로 반클리프 아펠은 모나코의 ‘왕실 공식 보석상’으로 인정받는다. 모나코뿐 아니다. 1966년에는 이란 팔레비 왕조의 의뢰를 받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등 보석 1541개로 장식된 황제 왕관을 만들기도 했다.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는 말 그대로 ‘왕의 보석’인 셈이다.

오랜 역사가 주는 가치는 현재에도 계승되고 있다. 최근 판매량 기준, 반클리프 아펠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알함브라 컬렉션’이 처음 제작된 연도는 1968년. 50년이 넘은 컬렉션이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중이다. 알함브라를 상징하는 ‘네잎클로버’ 모양 디자인과 아이덴티티는 지난해 선보인 신상품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빈티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가 대표적이다. 옐로 골드, 블루 세브르 포슬린, 라운드 다이아몬드로 제작된 목걸이 가격은 7800만원에 달한다.

아예 오래되고 희귀한 제품만 모아 만든 ‘헤리티지 컬렉션’도 있다. 1920~1980년 사이 반클리프 아펠에서 제작된 제품을 찾아내고 이를 공개·판매한다. 반클리프 아펠 관계자는 “헤리티지 컬렉션을 통해 설립 초기 진귀한 작품을 비롯해 반클리프 아펠 스타일 변천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모든 제품은 프랑스 메종 아카이브에서 정품 인증을 받은 후 공개된다. 특히 빈티지 주얼리를 전문 수집하는 슈퍼리치 사랑을 듬뿍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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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토리텔링이 갖는 힘

▷모델마다 내용 이어지는 한 편의 동화

반클리프 아펠의 별칭은 ‘서사시’다. 제품별 배경에 흐르는 스토리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클리프 아펠이 내놓은 ‘여성용 시계’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세상에 나온 모델을 순서대로 감상하고 있자면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다.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라인은 연인 간 사랑 얘기를 담아냈다. 재미있는 점은 내놓는 모델마다 스토리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가장 유명한 모델은 ‘레이디아펠 퐁 데 자모르’다. 양산을 쓴 여자가 시(時)를, 등 뒤에 장미꽃을 숨긴 남자가 분(分)을 가리킨다. 두 연인은 화이트골드로 형상화한 파리 명소 ‘퐁데자르 다리’ 좌우 양 끝에서 출발해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하루에 단 두 번, 오전·오후 12시 정각에 다리 가운데서 만나 1분 동안 짧은 입맞춤을 갖는다. 연인의 아련한 스토리를 시계 위에 구현하기 위해 반클리프 아펠은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시계를 창조해냈다. 여자는 1시간마다 12분의 1만큼, 남자는 시간이 1분 흐를 때마다 60분의 1만큼 좌우로 움직이는 새로운 방식의 무브먼트다. 에나멜 기법으로 채색한 라운드 배경은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가격은 2억3000만원에 달한다.

후속작도 있다. 스토리가 연결된다. ‘레이디아펠 포에틱 위시’는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연인이 각자 장소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내용이 담겼다. 포에틱 위시는 두 종류의 모델로 선보였다. 하나는 여자가 한낮에 에펠탑 위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을 바라보는 형태, 다른 하나는 남자가 저녁 무렵 노트르담 대성당 테라스에서 에펠탑 쪽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각각 다이얼 위에 표현했다.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이 갖는 스토리의 스케일은 그야말로 ‘우주적’이다. 지름 44㎜ 다이얼 안에 태양과 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 여섯 개 행성을 모두 담아냈다. 수성(서펜타인), 금성(클로멜라나이트), 지구(터쿼이즈), 화성(레드제스퍼), 목성(블루 아게이트), 토성(서길라이트) 등 진귀한 보석으로 만든 행성은 실제 공전 주기와 동일한 속도로 회전한다. 그러니까 터쿼이즈가 시계 중심을 한 바퀴 도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1년, 서길라이트는 29.4년이 걸리는 셈이다. 가격대도 스케일이 남다르다. 판매가는 2억5000만원에 육박한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반클리프 아펠은 상상력과 기술력을 더해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는 스토리 없이 가치소비를 원하는 슈퍼리치 선택을 받기 쉽지 않다. 모델마다 내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컬렉터 수집욕을 자극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3. 뛰어난 예술성 ‘제품 넘어 작품’

▷전 세계 주얼리 전시회 개최

지난해 4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이색 전시회 하나가 열렸다. 블루 라이트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방 안에는 작은 나무배 하나가 위치했다. 방 내부에 위치한 벽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공간마다 여우, 펭귄, 코끼리 등 동물을 형상화한 화려한 주얼리 클립 60여쌍이 들어차 있다.

반클리프 아펠이 ‘라크 드 노아’라는 이름의 주얼리 컬렉션을 소개했던 전시회다. 2016년 파리, 2017년 홍콩과 뉴욕에 이어 전 세계 4번째로 서울에서 열렸다. ‘라크 드 노아’를 우리말로 바꾸면 ‘노아의 방주’. 반클리프 아펠 회장인 니콜라 보스가 네덜란드 화가 얀 브뤼헐의 회화 ‘노아의 방주로 들어가는 동물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미국 출신 극장·시각 예술가 로버트 윌슨이 시노그래피(scenography·배경화)를 맡아 완성됐다.

반클리프 아펠이 주얼리 제품을 알리는 방식은 이렇게 늘 예술에 가깝다. 대중 광고 마케팅에도 항상 예술을 결합해야 한다는 게 반클리프 아펠의 고집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유명 화가인 모딜리아니와 보티첼리, 로댕 작품 위로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를 연출한 광고를 수차례 선보였다. 안나 노콘, 리사 칸트 등 세계적 패션 모델을 내세워 예술에 가까운 화보를 공개한 적도 있다. 반클리프 아펠 관계자는 “수많은 장인과 아티스트가 수년간 협업해야 하나의 라인이 탄생한다.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작품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 있게 전시회를 연다. 브랜드 가치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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