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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기자24시] 정치적 무능만 보여준 브렉시트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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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 긴 협상 끝에 마련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지난주 의회에서 부결됐다. 찬반 표차인 230표는 영국 의정 사상 최다 표차로 메이 내각에는 참패로 기록됐다.

메이 총리는 당장 21일 대안인 '플랜B'를 내놓아야 한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3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영국 정치권은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해결책 모색보다는 말싸움에 치중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당초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잘 조율할 것으로 기대했다. 6년이라는 최장수 내무장관을 거친 그의 풍부한 국정 경험을 믿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감만 안겨줬다. 총리가 된 지 2년이 지난 작년 여름 메이 총리는 취임 초 자신이 천명했던 '하드 브렉시트' 대신 사실상 EU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갑자기 입장을 선회했다.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서다. 이후 EU 탈퇴 업무를 담당하는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에 이어 대표적인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인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등의 사퇴로 이어지면서 리더십이 붕괴됐다. 지난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투표 참사는 메이 총리가 EU와 완전한 결별을 원하는 강경파와 갈등을 좁히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EU는 브렉시트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이미 합의한 사안들과 관련해서는 재협상은 없다면서 완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재협상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여차하면 조기 총선을 통한 정권 창출을 노리고 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따른 후폭풍은 강했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가 아무런 협상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영국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런던에 있던 유럽 본사를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곧 영국 국민의 일자리 및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국가 정치 지도층의 무능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영국 의회가 보여주고 있다.

[국제부 = 김덕식 기자 dskim2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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