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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비즈스토리] “20년간 모금한 5조원, 그 돈 다 어디다 썼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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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열매 예종석 회장 인터뷰

국민 신뢰 얻기 위해선 투명성 중요

액수·집행내역 공개하고 엄격 관리

사회 곳곳 소외계층 5000만 명 도와

개인 기부 늘어 나눔문화 정착 기대

중앙일보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특별법으로 설립된 유일한 법정 기부 단체다. 예종석 회장(가운데)과 사랑의열매 직원들이 사랑의 온도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프리랜서 조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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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5조원…. 그 돈 다 어디 썼을까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예종석 회장은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먼저 물었다. 그는 “모금액수 자체는 공동모금제도의 빛과 그림자 같은 부분”이라며 “지난 20년간 누적 인원 5000만 명에게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전했다”고 답했다.

사랑의열매는 특별법으로 설립된 유일한 법정 기부 단체다. 다른 모금기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기금은 사회복지 기관, 시설, 단체 등에 배분한다. 역설적이게도 사랑의열매는 눈에 확 띄는 사업에 집중 지원하지 못한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소외된 곳에 조금씩 나눠 지원하고 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기부금 규모는 약 12조9000억원이다. 2012년 이후 GDP(2017년 기준 약 1700조원) 대비 0.8% 규모를 유지한다. 미국의 경우 GDP 대비 2%를 유지한다. 2011년 이후 전체 총 기부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무공시 공익법인(자산 5억원 이상 또는 출연재산가액과 수입의 합계 3억원 이상, 종교법인 제외)은 2017년 기준 9216개로 총 기부금 6조4850억원을 기록했다. 사랑의열매가 2017년 국민에게 받은 기부금은 총 5995억원가량이다. 배분사업비로 약 5552억원을 지출했다. 2017년도 배분사업금은 2016년도에 모금한 금액이 주를 이룬다.

예 회장은 “모금 목표액 달성이 아주 힘들었다”면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지속되는 경기 악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기부문화가 많이 위축된 것이 첫 번째 원인”이라고 짚었다. 대기업 기부의 경우 그 이전 해 수준에서 동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기업도 직전 해보다 줄거나 기부가 중단된 곳이 많았다. 지난해 있었던 일부 몰지각한 기관의 용도 외 기금 사용 등 비리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사랑의열매는 국민의 신뢰를 자신했다. 예 회장은 “사랑의열매는 모금 내용과 지원사업 내용을 홈페이지와 연간보고서 회보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공정성’ ‘투명성’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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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 회장은 ’소액이더라도 많은 개인 기부자가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참여위원회를 운영해 사업 및 관리운영비 내용을 상시 보고하고 설명한다. 또 집행 내역을 사후에도 엄격하게 관리한다. 예 회장은 “사회복지기관에 사용 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일부 사회복지기관이 불만의 목소리를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회복지기관의 투명한 집행이 결국 기부자의 신뢰로 이어지고 그것은 우리 사회 나눔 문화 정착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모두 아실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 등 주요 비영리단체의 운영을 맡아 온 그는 “오랫동안 경영학계에 종사하다 보니 비영리단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경영마인드를 적용하게 됐다”면서 “비영리 분야, 특히 모금기관의 경우 국민의 성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장 높은 단계의 경영 효율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부자의 소중한 성금이 그 취지에 맞게 사용될 수 있어야 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몇 년 전 기부금 세제 혜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고액기부자 중심으로 다소 기부가 위축된 경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금 단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정부나 국회도 나눔 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대해 고민을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사랑의열매는 70%가량이 기업 기부로 이루어진다. 반면 기부 선진국인 미국 공동모금회는 전체 기부금의 70% 이상이 개인 기부다. 예 회장은 이에 대해 “기업 기부는 경제 상황과 정치 상황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안정적으로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려면 소액이더라도 많은 개인 기부자가 함께 나눔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나눔은 우리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 많이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이가 공존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행복한 삶을 바란다는 것”이라며 “가진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베푸는 미덕을 실천할 때 나누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 모두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디자인=배은나 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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