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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체육특기자전형 존폐론 재점화…엘리트체육 폐지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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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론 "체육특기자 대입전형 존재만으로 왜곡"

존치론 "수십년 이어진 체계 백지화 하면 혼란"

뉴시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여성계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9.01.10. mangust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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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체육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이어 연세대 체육특기자전형 과정에서 사전 스카우트와 돈 거래가 오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입 체육특기자전형 존폐론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정유라 이대 부정입학 사태가 일어난지 불과 2년여 만이다.

15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체육계 성폭력 사태에 대해 "성적 지상주의로 점철된 현행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 합숙·도제식 훈련방식의 전면적인 쇄신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대입전형 관련해 교육부는 이번주 중 특별감사 하기로 했다. 교육부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지난 14일 기자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체육특기자 제도를 손 보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심각할 경우 체육특기자 제도 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체육특기자 대입전형, 엘리트 체육 정점…폐지해야"

그만큼 체육특기자 대입 비리는 고질적인 문제다. 교육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은 것 역시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경찰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한체육회 등과 함께 '체육특기자 입학비리 근절 특별전담팀'을 꾸려 입시비리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선수와 지도자를 체육계에서 영구 퇴출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에는 대학의 모집전형에도 종목별 모집인원을 명시하고, 정량적 평가기준을 마련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 대책은 올해부터 적용되며, 선수들의 학사관리 사항만 반영됐다.

이처럼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면서, 대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말이 나온다. 때때로 체육특기자 입학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화여대는 정유라 사태 이후 체육특기자전형을 폐지했으며, 연세대는 이번 논란으로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빙상·유도 등 체육계 성폭력 폭로와 맞물리며, 엘리트 체육의 정점인 특기자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스포츠 평론가인 기영노씨는 한 언론매체 기고를 통해 "학원 스포츠의 고질적 병폐인 '체육특기자 입학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립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체육특기자 전형이 존재하면 인재 선점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인맥과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될 우려가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 "점진적으로 폐지를 예고하되 국가적으로 우수한 체육인재를 기르기 위한 대안을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특기자 전형 폐지 여부는 각 대학이 결정할 사항이지만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지표를 통해 특기자전형 축소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입전형 3년 예고제에 따라 올해 폐지하더라도 2023학년도 입시전형부터 적용된다. 폐지를 결정할 경우 중·고교 체육특기자 관리제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엘리트 위주 체육 대신 학교체육이나 생활체육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학교 체육 진흥을 통해 인프라를 넓히고 지역 사회의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통해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연계·보완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폐지 능사 아냐…처벌 강화 등 개선해야"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엘리트 스포츠를 통한 국가적 경쟁에서 수월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체육특기자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체육특기자 대입전형을 유지하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생 선수들이 기본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습권을 보장하고, 대입전형을 공정하게 관리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체대 한 교수는 "국내 전문체육인재 양성체계가 수십년간 이어져온 만큼 전면 백지상태로 돌릴 경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체육계 역시 학교 이름이 능력을 대신 말해주는데, 일반 입학사정관들이 우수한 체육인재를 뽑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초·중·고에서 체육특기자가 대학에 입학하고 지도자로 성장하는 트랙이 고착화된데다, 지도자가 되더라도 진로선택지가 많지 않아 생계를 위한 취업경쟁이 심해져 강압적인 지도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들은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로, 체육 영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전 사회의 단면으로 보고 접근할 필요도 있다. 선택지를 넓혀주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개혁하되, 당장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17년 내놓은 대책도 폐지보다는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체육특기자 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여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는 제도개선이 올해 2020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 만큼 현장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정부와 협의 하에 엘리트 체육 육성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며 "도제식 훈련의 근원적 개선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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