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매경이 만난 사람] 환경분야 30년 한우물 조명래 환경부 장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환경 중심 개발, 미세먼지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시연구소장, 공간환경학회장, NGO학회장, 내셔널트러스트 대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30년간 환경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그가 환경부 장관에 올랐을 때 기대가 많았지만 우려도 적지 않았다. 취임식에선 다른 부처의 개발계획에 환경 논리를 들이대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동안 환경은 성장의 반대말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대표적인 규제 부처로 군림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64)은 이 같은 시각에 손사래를 쳤다. 산업 발전과 환경 보전이 양립하는 '녹색개발'이 자신의 지론이라는 것이었다. 조 장관은 "지난해에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짝을 이뤄 업무보고를 했는데 올해는 산업통상자원부랑 짝을 이뤘다"며 "환경부가 이젠 규제 부처에서 벗어나 일자리도 만들고 산업도 발전시키는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개발 정책의 선봉에 있는 국토부와는 정례회동을 통해 갈등을 줄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당면과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다. 조 장관도 "임기 중 가장 해결하고 싶은 게 미세먼지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 장관과의 일문일답.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날아오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데 조만간 공개토론도 할 예정이다. 또 한국에서 개발한 미세먼지 저감시설을 중국에 지원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받고 있는 37개 도시별 실시간 미세먼지 정보를 활용해 한국에 특히 영향을 많이 미치는 지역과 산업체에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면담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경유차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에서 미세먼지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도 경유차를 줄이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저감 효과가 있을 것이다.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대체하면 환경과 산업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당분간 경유차 감축에 집중할 것이다. 생활 부문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도 가능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미세먼지 측정소가 부족한 만큼 시민들이 드론을 띄워 공사장이나 업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직접 감시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할 것이다.

―환경 논리를 반영한 개발이라는 '녹색개발'을 주장해 왔는데.

▷그동안 각종 개발 정책이 환경가치와 충돌할 때 경제 논리가 우선시되면서 환경이 소외돼 왔다. 이를 개선하려고 하는데 환경부에서 와서 보니 밖에서 보던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 같다. 정부 내 절차와 정책의 선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 환경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서도 여러 사회 불안 요인 가운데 환경오염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정부 정책도 이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녹색개발 확산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무엇인가.

▷정부 내 공식 협의체인 국무회의·현안조정회의 등에서 환경부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와 정례 장관회담을 추진할 것이다. 그쪽에 이미 제안해 뒀다. 양 부처의 존재 이유가 달라서 생각을 같이하는 부분이 적을 수 있지만 가능한 한 긴밀히 대화해야 할 사이라고 생각한다. 국토부의 국토종합계획과 환경부의 국가환경종합계획을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나아가 국정과제에 담겨 있는 자연자원총량제를 올해 또는 내년에 제도화할 것이다. 이럴 경우 개발할 자원이 제한되기 때문에 보전 중심의 개발이 가능해진다(자연자원총량제는 개발 과정에서 훼손된 산림과 습지, 동식물 등 자연자원 총량에 상응하는 만큼 기업이 사업구역 내외에서 자연자원을 복원하게 하고, 복원이 불가능할 경우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제도다. 지난해 7월 환경부가 제도 도입을 위해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 입법예고 계획을 밝혔으나 자연자원의 범위·복원방법·금전보상체계 등을 놓고 다른 부처와 추가 협의를 위해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개별 자연자원에 대해 총량제 개념을 도입한 국가는 일부 있지만 환경부 계획처럼 광범위한 자연자원에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이 유일하다).

―환경을 비용으로 여기는 기업이 많다.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개발주의 시대에는 환경부가 규제를 해야 했지만 이미 선진국에선 환경을 기반으로 한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환경과 경제는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환경을 거쳐야 경제가 이뤄질 수 있는 시대다. 가령 자동차를 생산할 때 환경 기준에 걸맞은 배출기기를 장착하는 것을 단순히 규제로만 여길 게 아니라 배출기기 산업으로 보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철강산업조차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공정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매일경제

―한국에선 어떤 환경산업이 가능할까.

▷국민의 관심이 높은 미세먼지 저감산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나아가 물·대기·폐기물 처리와 같은 분절된 업무 방식에서 탈피해 에너지·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차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렇게 접근하면 환경과 관련 없는 분야가 없을 정도여서 환경산업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전남 신안 흑산공항 등 환경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환경 갈등은 일단 공론화되면 서로 물러서지 않으며 휘발성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갈등이 불붙기 전에 서로 이해하면 합의에 이를 수 있다. 다양한 환경 문제에 사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갈등조정 기구를 둘 계획이다. 지금은 환경부 내 개별 담당국·과들이 이슈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를 총괄하는 갈등조정협의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공개 논쟁이 벌어지기 전에 환경부는 물론 외부 전문가, 갈등 당사자들이 모여 심의와 숙의를 거치고 대안을 찾는 기능을 할 것이다.

―지난해 '쓰레기 대란' 이후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플라스틱산업이 굉장히 발전한 나라다. 이제는 추가 폐기물 처리 대책보다 원천적으로 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플라스틱 발생·사용·폐기 전 과정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부가 동조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잡을 수 없다. 폐기물 처리 역시 정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여서 일회용 컵·비닐봉투·포장재·빨대 등 품목별 처리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등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시장 출시 전부터 유해물질의 유통 전 과정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가습기 살균제 유사 사고를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주요 생활화학제품 제조·수입·유통사와 협력해 제품에 포함된 모든 화학물질 성분을 공개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유통 중인 화학제품은 온·오프라인 감시를 강화해 안전기준 위반이 확인되면 신속히 회수조치하고 올해부터는 불법 제품 판매로 인한 부당이익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해 환수할 계획이다.

―북한과 경제협력 과정에서 환경부 역할은 무엇인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할 여건이 갖춰진다면 북한의 환경 생태를 공동조사하고 재해·재난에 대해서도 공동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협력사업은 한국의 개발 단계에서 발생했던 난개발을 지양하고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틀 속에서 지속 가능한 남북 협력이란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환경성 검토를 실시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 탈원전은 장기 정책…국민 공감대가 필수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원전 정책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정책 집행의 속도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태양광 보급이 확대되면서 환경 파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충하는 것은 세계적인 대세이고 우리도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는 이른바 '녹·녹(綠綠) 갈등'은 문제다. 향후 태양광은 환경 파괴 위험이 덜한 곳에 가능한 한 분산적·소규모로 계획입지를 정해 설치해야 한다. 가령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 지구를 지정해 태양광 산업도 유치하고 발전시설도 설치하는 방식이다. 대형 주차장, 대형 건축물의 옥상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환경성 검토와 주민 수용성 문제를 지금은 사업자가 허가를 받은 이후에 진행하는데 앞으로 사전에 받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데.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인 대세이지만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에너지 선진국 독일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시작한 것이 2차 석유 파동이 있던 1973년부터다. 2050년까지 진행되는 계획이니 에너지 전환에 80년이 걸리는 것이다. 탈원전은 석유나 원자력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원자력에 의존해왔고 자연스럽게 정책·세제까지 원자력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것들을 무리 없이 하나하나 바꿔 가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세제·금융 등 모든 기반을 갖춰 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장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너무 성급하다고 보기 때문에 탈원전이 문제가 많은 것으로 비친다.

―탈원전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정부의 정책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다. 탈원전은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추진해야 잡음을 줄이고 안착할 수 있다.

―물관리 일원화 정책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지방·광역 상수도 중복 투자 개선과 효율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2020년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오는 6월 '물관리기본법'이 시행되고 국가·유역 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 통합 물관리 정책 과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다. 하천관리 기능 일원화 문제, 농업용수 등 수자원 통합적 활용 방안, 4대강 보처리 방안 등 물관리 현안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 조명래 장관은…

△1955년 경북 안동 출생 △안동고 △단국대 지역개발학과 △서울대 환경계획학 석사 △영국 서식스대 도시·지역학 석·박사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교수 △'환경과 생명' 편집인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사)환경정의 공동대표 △한국NGO학회장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 △환경부 장관

[최희석 기자 /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