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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여유찾은 MB, 넉달 만에 법정 출석... 주민번호 묻자 “뒷자리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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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끝나자 환한 표정으로 지지자들과 악수
한국일보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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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비자금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네 달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시종일관 여유를 보였고,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변론이 종결되면 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김인겸)는 2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두 차례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 불출석했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심 결심공판 이후 118일만인 이날 첫 정식재판에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1심 선고 당시에는 건강 문제와 생중계를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 이명박씨"라는 재판부 부름에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법정에 들어섰다. 검은 정장 차림에 하얀색 구치소 배지를 착용한 이 전 대통령은 담담하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재판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뒤에 번호를 모르겠습니다”라며 멋쩍게 웃었고, 법정을 찾은 지인들을 향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기도 했다. 재판 중에는 모니터를 바라보다 눈을 감는 등 피곤한 기색을 보였지만, 재판이 끝나자 환한 표정으로 이재오 전 의원 등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1시간가량 진행된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30년 전 설립된 가족회사 다스가 누구 것인지를 이렇게 오래 다툴 일인가”라면서 “다스의 실소유자 여부는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데 검찰이 진술 증거만으로 이 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자가 아니다”는 입장을 이어가며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적도, 사용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 뇌물수수 혐의 관련해서는 “검찰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이므로 사실상 대통령이 받았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라면서 “설령 소송비를 대납했다 하더라도 회사가 아닌 주주가 납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측은 “다스 소송이 이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에 불과해 대통령 직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1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등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의 법리 오해 및 사실 오인을 지적하는데 주력했다.

앞서 재판부는 변호인 측 신청 증인으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15명을 채택했다. 9일 이 전 부회장을 시작으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다스에서 비자금 339억여원을 조성하고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총 35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에 다스의 미국 소송비 67억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총 111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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