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내 책을 말한다]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과 고민으로 많은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그들의 가슴 아픈 상처에 함께 울었고, 깊은 고통에 숨을 죽인 적도 많았다. 남처럼 갈라섰던 아버지와 아들의 극적인 화해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고, 평행선을 그리는 부부의 갈등에 안타까워했던 적도 있었다.

한 내담자가 기억난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한동안 아내를 향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랑은 분노와 화로 바뀌었다. 가장 미운 사람이 누구냐고 하면 아내가 떠오른다고 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는 감정의 변화 앞에서 혼란스러워하고 갈등의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물론 문제 해결의 길은 열려 있었다. 그 길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는 기꺼이 그 길을 함께해 주었다.

내가 발견한 관계에 대한 통찰이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북하우스)는 가슴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다. 가까운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을 다양한 상담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가족 문제는 각자 어린 시절 겪은 부모와의 관계와 그때 받았던 상처가 지금의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서로에 대해 공감하고 존중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가까우니까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깝기에 더 노력해야 하고 끊임없이 나에게 맞는 관계의 거리와 깊이를 찾아야 한다.

나를 찾아온 내담자들은 엄청난 용기를 내어 자신의 과거, 현재와 마주한다. 불편한 가족, 불행한 부부, 힘든 자녀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결국 상처받은 나와 화해하고,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일이다.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장]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