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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테크뱅킹' 흐름 속 금융사 체질 기술기업처럼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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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금융 환경변화와 금융회사 혁신과제' 세미나

"디지털 변혁 서둘러야…핀테크사 협업은 필수 전략"

세계파이낸스

18일 서울 YWCA에서 '디지털금융 환경변화와 금융회사의 혁신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오현승 기자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금융회사들이 기술 기업처럼 일하고 IT회사들의 기술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기술에 기반에 둔 대형 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입이 가속화하는 이른바 '테크뱅킹'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체질을 기술기업처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서울 YWCA에서 열린 '디지털금융 환경변화와 금융회사의 혁신과제' 세미나에서 김윤주 보스턴컨설팅 그룹 파트너는 '글로벌 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사례와 시사점'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파트너는 "디지털변혁은 가야만 하는 방향이며 중요한 건 속도"라면서 "먼저 변혁을 이끌어내는 쪽이 경쟁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JP모건은 전 입사자들에게 코딩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고 골드만삭스는 개발자의 비중을 전 직원의 40%까지 늘렸다"며 "이미 큰 그림을 그린 회사들은 기술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에 대해선 "과거 (방식의) 수익이 높아서인지 규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훨씬 변화속도가 늦다는 점이 불안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김 파트너는 금융사들이 디지털변혁을 시도하기 위한 두 가지 방식을 해외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우선 가능한 단기간 내에 금융사 자체를 기술 기업처럼 바꾸는 것이다. 특히 조직과 IT를 바꾸면 회사의 DNA를 조금 더 빨리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김 파트너의 주장이다. 그는 호주 상업은행 ANZ의 최고경영자 쉐인 엘리엇의 "은행의 하이어라키(계층)를 도끼질하겠다"는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파트너는 "다만 이같은 방식은 국내 은행이 수용하기엔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라면서도 "해외에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지배구조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이 같은 변화를 시도한 사례도 있다"며 "부서간 경계를 허물어 유연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애자일 IT구현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번에 금융사 조직을 기술 기업처럼 바꾸기 쉽지 않다면 조직 내 작은 성공을 만들어 이를 확산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호주 상업은행 NAB는 고객 경험을 따라가는 변화를 채택한 금융사다. 이 은행은 고객경험을 일반금융거래, 자금대출, 금융서비스, 저축 및 투자 등의 26개로 재정의한 후 이 관점을 기초로 고객경험, 채널, 프로세스 등을 기술관점에서 설계했다. NAB은 소수의 고객여정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입한 후 현재 전체 직원의 80%까지 이를 확산시켰다. 김 파트너는 "작은 데에서 조직을 디지털화하려는 방식은 한 두개의 성공적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다만 이 같은 변화를 얼마나 빨리 확산시켜나가느냐도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패널토론에선 금융사의 바람직한 디지털 변혁 방안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오갔다.

한동환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상무는 국민은행의 디지털변혁을 '투트랙'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상무는 "빅뱅방식과 점진적 방식 중에서 특정한 방식을 택하기보다 투트랙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은행원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변화와 또 이를 위해 고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변화가 디지털변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DT선포식'을 통해 '톱-다운'방식으로 시동을 걸었는데 어떻게 자생력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다른 업권 간 합종연횡이 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만큼 핀테크사와 제휴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디지털 에코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 소장은 "현재 전세계적 추세를 보면 금융사 자체적으로 디지털 변혁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외부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는 계속 가격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금융사의 디지털변혁은 디지털 플랫폼기업들과 일정 부분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조직구조와 관련해 "기존의 기능별 조직을 통해 소비자 또는 손님 위주로 전체적인 라인업을 형성하지 않으면 디지털 변혁 시도가 이끌어낼 수 있는 성과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정보유출 사태 후 정보공유가 막혀버린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디지털변혁이 발전 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리스크 관리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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