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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오도철의 내 인생의 책]②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와타나베 이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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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돈을 버는가

경향신문

얼마 전 우연히 서울 당인리 발전소 근처에 있는 한 카페에 들른 적이 있다. 그 카페 주인으로부터 일주일의 반은 카페 일을 하고, 반은 가게 문을 닫고 여행하며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는 샐러리맨 시절에 거짓과 속임이 당연시되는 회사와 사회생활에 회의를 느낀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 빵을 굽는 일을 배워 작은 마을에 빵집을 열게 된다.

저자는 빵집을 운영하면서 주 4일 근무를 하고 1년 중 한 달은 장기 휴가를 떠난다. 가장 특이한 것은 빵집의 경영 이념이다. ‘이윤을 남기지 않기.’ 저자는 천연효모균으로 식빵을 만들면서 ‘썩는다. 부패한다’는 사실이 자연의 섭리임을 깨닫게 되었고,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천연균을 비유하면서 자연이 순환하는 이치와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세상에서 썩지 않는 것이 돈이며, 그러기에 돈은 오히려 자꾸 늘어나게 되고, 우리네 인생은 이 돈에 속아 정말 소중한 삶의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와타나베 이타루는 빵집에서 이윤을 내기는 쉽다고 한다. 노동시간을 늘리고 영업일수를 늘려 빵을 더 팔면 되고, 재료비를 다른 빵집 수준으로 낮추고, 천연효모균 대신 값싼 배양균을 사용하면 간단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돈벌이는 우리의 건강과 우리 사회의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전한다.

농부들 사이에 ‘팔려고 만든 상품은 절대 먹지 않는다’ ‘내가 먹을 농작물에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왜 돈을 버는가? 당인리 발전소 근처 카페 주인은 아마 이런 쉬운 질문에 해답을 찾아 사는 분이리라.

오도철 | 원불교 교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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