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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레모나' 하나로 먹고살던 경남제약 상폐위기...삼바와 같을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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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제약(053950)이 지난 주 한국거래소의 상장 폐지 결정으로 상장 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 회사는 ‘유감’을 표하며 상장 유지를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을 17일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경남제약이 그동안 불안요소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비타민C ‘레모나’에 편중된 사업 구조와 경영권 갈등이 기업의 위기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경남제약은 17일 회사 홈페이지에 ‘경남제약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번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 (심의)결정을 내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경남제약은 "상장 유지와 거래 재개 결정이 내려 질 수 있도록 전 임직원들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회사에 지지를 보내주신 주주님들께 죄송하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대표제품 ‘레모나’를 내세운 경남제약 로고. /경남제약 홈페이지



지난 14일 한국거래소는 내달 8일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나 개선 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 심의·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여부는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최종 심사에서 최종 결정된다.

경남제약은 "지난 2월 28일부터 회계처리 위반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이후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면서 "작년 말 기준 약 111억원의 차입금을 현재 약 55억원 수준으로 줄였다"고 피력했다.

창립 61년째인 경남제약의 대표 상품으로는 ‘레모나’가 있다. '레모나'는 1983년 국내 최초 '물 없이 먹는 가루 비타민'으로 시장에 등장한 이후 35년 간 판매되고 있다. 회사 측은 레모나의 중국시장 진출과 유통채널별 다양한 신제품 출시, 내부 효율성 제고 등으로 전년 대비 5% 내외의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2008년부터 적자에 시달려온 경남제약은 위기 신호가 잇따랐다. 2008년부터 매년 40억원 안팎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결손금이 쌓였고 이에 5대 1 감자를 실시해 결손금을 해결한 바 있다.

경남제약에 적신호가 켜질 때 실적 개선을 이끈 것 역시 ‘레모나’였다. 배우 김수현을 앞세운 광고 덕분에 레모나의 매출이 급증했고, 레모나의 주요 원료인 제파아스코르빈산의 가격이 반토막이 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봤다.

하지만 이러한 경남제약의 사업구조는 불안 요소로 지목돼왔다. 레모나 매출이 줄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식이였다. 물론 무좀치료제 PM, 구강 염증치료제 미놀트로키, 해열제 파인펜정 등 의약품을 잇따라 출시했지만 대부분 일반의약품(OTC)이었다.

경남제약의 매출액 중 일반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6%로 절대적인 반면 전문의약품(ETC)의 비중은 약 1.8% 수준에 그쳐 다른 제약 회사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태반사업을 추진키도 했지만, 태반 시장 자체가 시장성이 크지 않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경남제약의 전문의약품 사업 실패, 이희철 전 회장의 배임·횡령·탈세 및 분식회계 혐의, 경영진의 경영권 갈등 등을 경남제약 위기의 주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남제약은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2007년 경남제약을 인수한 이희철 전 대표는 2008년 분식회계로 실적을 적자에서 흑자로 바꿨고 2014년 말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지난해 2월 횡령·사기 등의 죄가 인정돼 3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류충효 대표 등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작년 9월 이 전 대표를 상대로 분식회계로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160억원대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부인 명의로 돼 있던 지분 13.7%를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며 최대주주에 오른 후 자신의 대리인을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등 경영권 복귀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현 경남제약 경영진이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아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현 경영진들이 임기를 연장하거나 거액의 퇴직금을 받기 위해 미리 특정업체를 인수자로 내정했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었다. 그 결과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KMH아경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지만 KMH아경그룹은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현재 5000여명의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보유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상황에 처해있다. 이에 경남제약은 "최종 상장 폐지 결정은 막겠다"며 사과 입장을 냈다.

경남제약은 "소액주주연대와 신기술사업조합이 운영하는 투자조합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해 최대주주를 변경했다"면서 "최대주주인 마일스톤KN펀드과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대원칙 아래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추가 유상증자를 유치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경남제약 측은 "코스닥시장위원회가 5000여 주주들의 이해와 230여 임직원들의 바람과 부합할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상장유지와 거래 재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앞서 경남제약이 상장폐지될 위기에 몰리자 투자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경남제약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남제약은 이미 개선기간을 줬지만 이 기간 동안 개선상황을 제대로 못 보여줬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가 지적한 경영 투명성 측면을 보강하기 위해 감사 기능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포함한 개선계획을 내놨다는 것이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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