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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美 상원 보고서 “러, 트럼프 당선 위해 SNS로 분열·증오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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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각종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미 국민을 정치적으로 분열시켰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이번주 미 상원정보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백인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총기 규제와 이민 문제 등을 부각시켜 반대 진영을 향한 반발심을 주입시키고, 비(非) 백인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잘못된 투표 방법 등 거짓 정보를 흘려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플랫폼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해 미 대선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지난 7월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미 정보기관의 2017년 조사 결과를 사실로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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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6년 11월 9일 뉴욕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럽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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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 시각) 입수해 공개한 보고서 초안은 영국 옥스퍼드대와 뉴욕 기반 네트워크 분석 회사 ‘그래피카’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게시글들을 추적해 작성한 것이다. 공화당 소속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노스캐롤라이나)과 마크 워너 상원 정보부위원장(민주당·버지니아)이 주도했다. 두 의원이 보고서가 내린 결론을 지지하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러시아 정부가 후원한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라는 단체가 대선 기간 미국민 계층을 종교·지역·정치·인종·사회적 지위 등으로 세분화해 맞춤형 광고·게시글을 올렸다며, 대선 토론회나 전당대회 등 주요 이벤트가 있을 때면 이런 게시글 수를 공격적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거지를 둔 IRA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지난 2월 기소한 첫 번째 러시아 기관이다. IRA는 지난 3월 미 재무부의 제재도 받았다.

보고서는 "분명한 것은 (IRA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킨) 모든 메시지들이 공화당과 특히 도널드 트럼프에게 이익을 주고자 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보수와 우익 유권자를 겨냥한 (IRA의 소셜미디어) 캠페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는데, 이들 메시지는 보수·우익층이 그의 선거운동을 지지하도록 격려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주요 유권자층에게는 혼란스럽고 주의를 흐트러뜨리며 궁극적으로 이들의 투표를 방해하기 위한 메시지들이 보내졌다"고 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2009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 정치에 개입하는 데 관심을 보여왔으며, 2013년 트위터를 통해 본격적으로 ‘작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4년부터 매년 미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게시글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왔고, 이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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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0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무단 유출된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가 2016년 대선에 이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언하며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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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은 페이스북이었다. IRA가 미 보수층과 흑인들을 겨냥해 운영한 ‘애국자가 된다는 것’ ‘텍사스의 심장’ ‘흑인 운동가’ ‘예수의 군대’ 등 20개 페이지에서 좋아요, 공유 등 반응의 99%가 나왔다. 페이스북을 통해 IRA의 게시글을 읽은 회원 수는 약 1억2600만명으로 집계됐다. 좋아요 3900만회, 공유 3100만회, 기타 반응 540만회, 댓글 340만회 등이었다. 페이스북이 소유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IRA의 게시글을 읽은 회원 수는 2000만명 수준이다. IRA는 총 133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IRA는 특히 미 대선 이후 6개월 동안 게시글 수를 대폭 늘렸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2016년 월 평균 2600건에서 IRA 계정들이 폐쇄되기 전인 2017년까지 거의 6000건으로 늘렸다. IRA는 유튜브도 적극 활용했다. 이 기간 IRA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이 트위터에 링크로 공유된 수는 84% 증가했다.

IRA는 한 플랫폼에 올린 게시글의 링크를 다른 여러 플랫폼에 올리는 방식으로 해당 글의 트래픽을 올려 모금을 하고 시위도 조직했다. 페이스북이 2016년 8월 IRA가 운영하던 한 페이지를 폐쇄했을 때는 새 페이지를 열어 폐쇄된 페이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벌어나는 일을 중계했다. 구글 광고와 트위터를 통해서도 폐쇄된 페이지의 공식 웹사이트를 홍보했다.

IRA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유력 소셜미디어 외에도 구글 플러스, 텀블러, 핀터레스트 등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이메일을 통해서도 트럼프 당시 후보의 투표율이 올라가도록 설계된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루블화로 광고비를 결제하거나 연락처로 러시아 전화번호를 남기는 등 허술한 모습도 보였다. 인터넷 접속 주소가 IRA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돼 있는 등 기술적 증거들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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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공개한 러시아·이란 정부와 연계된 수천개의 계정 중 일부. 이들 계정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허위 정보가 담긴 1000만개의 트윗과 200만개 이상의 사진·비디오 게시물을 쏟아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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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러시아의 소셜미디어 공작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주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과 구글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트위터는 성명을 내고 "트위터는 2016년 미 대선 이후 러시아 정보기관과 관련된 트윗 등을 공유하는 등 디지털 안보를 위해 중대한 진전을 이뤄왔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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