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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어른들이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이유는...성장과 치유의 판타지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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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의 비밀
이수경 지음 | 이수경 그림 | 중앙미디어북스 | 304쪽 | 2만3000원

"판타지 문학은 치유와 성장의 문학이다. 희망을 상실한 상처 입은 주인공에게 상처를 치유하고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판타지 세상을 접한다. 문학, 드라마, 영화, 웹툰, 게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판타지 열풍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7년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등장한 것이 기점이다. 이 무렵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다음 책을 사기 위해 서점 밖엔 밤샘 줄이 세워졌다.

컴퓨터 대신 책을 택했지만, 많은 부모가 기쁨보단 우려를 드러냈다. "혹시 판타지 세계에 빠져 현실 감각을 잃지 않을까." 부모에게 판타지는 아이를 미혹시키는 마약 같은 약물이었다.
이수경 판타지 문학 전문교수는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 독자들을 진정한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론부터 작품해설, 그림까지 판타지 문학을 입체적으로 정리했다. 총 24편의 작품을 주제와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각의 작품이 갖는 특징과 시대적 배경, 의미 등을 분석했다.

흔히 판타지의 특징으로 환상성을 꼽는다. 판타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경험하거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갖는다. 독자들은 현실을 초월하는 환상적인 설정과 인물들에 열광하고,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저자는 판타지 문학의 진정성을 ‘치유’와 ‘성장’에서 찾는다. 판타지 작품의 주인공 대부분은 평범하거나 열등하다. 부모가 없거나 있더라도 여행이나 일 때문에 부재하거나,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한 주인공은 현실을 피해 판타지 세계로 떠나고, 모험을 통해 성장하며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어른이건, 아이건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다. 판타지 작품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 안에 있던 상처와 아픔, 미움, 증오의 감정이 사라진다. 이것이 판타지가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넘어 연령대와 무관하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이유다. 책은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 판타지의 가치라는 걸 알려준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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