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합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것과 비례대표 확대와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합의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합의문을 뜯어보면 ‘검토한다’는 모호한 표현투성이로 법안을 성사시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것과는 다르다. 막말로 검토만 하다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적한 쟁점들에 대해서도 정개특위 합의에 따르겠다며 사실상 공을 특위로 넘겼다. 정개특위 역시 전체 위원 18명 중 민주당(8명)과 한국당(6명)을 비롯해 각당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경우 논의는 평행선만 달릴 수 있다. 그래서 말만 합의일 뿐,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는 두 야당 대표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 각당의 의견을 폭넓게 담은 레토릭(수사)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앞으로 한 달 남짓한 빠듯한 시간에 각당 간 이견을 좁혀 최종 합의를 이뤄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까지 덧붙여진 만큼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솔직히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결국 선거제 개혁의 성패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현행 승자독식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지역구도를 고착시키고 분열의 정치를 부추긴다는 건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한데도 그동안 선거제 개혁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달콤한 과실에 취한 거대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민주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당은 아직 당론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다. 민심을 왜곡하는 현 선거제를 바꾸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중대 사안이다. 시민과 시대적 요구에 맞도록 바꾸는 게 옳고, 지금이 적기다. 이 절호의 기회를 또다시 흘려 보낼 수는 없다. 정치권은 이번엔 반드시 선거제 합의를 이행해 시민의 개혁 요구에 응답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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