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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기고]장애인콜택시, 대폭 증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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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손자는 1주일에 두 번, 방과 후에 ‘특수 체육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 장소인 ‘발달센터’에 갈 때는 할머니가 차를 운전해 손자를 데리고 가고, 수업이 끝나면 내가 장애인콜택시에 손자를 태워 집으로 온다. 수업이 오후 6시40~50분에 끝나므로 장애인콜택시는 오후 6시20분에 배차가 되도록 ‘자동접수 신청’을 해놓고 있다. ‘자동접수’는 특정 요일, 시간, 장소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편리한 제도이다.

경향신문

오후 6시20분만 되면 어김없이 콜센터에서 “[지연 안내] 대기 전체 207대, 부근 39대-주변 빈 차량 사정에 따라 순위 변동 가능” 문자가 온다. 그 후 30분마다 전송되는 안내 문자는 ‘대기, 빈 차량’ 숫자만 다를 뿐 매번 ‘지연 안내’이다. 수업이 끝나면 발달센터에서 곧장 밖으로 나와야 다른 학생의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다. 아홉 살 손자는 특수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데 아직도 말을 안 하고, 손을 놓치면 말(馬)처럼 날뛰며 차도로 뛰어든다.

며칠 전이다. 손자의 손을 꼭 잡고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며 콜택시를 기다린 지 1시간, “차량, 도로, 기상상황 등에 따라 대기 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으니 다른 교통편도 알아봐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망설이다가 하도 날씨가 추워 일반 택시를 탔다. 손자는 차 안에서도 잠시를 가만 있지 못한다. 손가락으로 창문을 긁고, 운전기사가 앉은 좌석 뒤를 발바닥으로 찬다. 승차하면서 손자의 상태를 알려줬지만 내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장애인콜택시 보유차량은 487대다. 2016년부터 변동이 없다. 등록 장애인은 39만여명, 차량 이용 자격이 주어진 1, 2급 장애인은 8만여명이 훨씬 넘는다. 이들 중 1일 평균 5000여명이 콜택시를 이용하고, 운행차량은 일평균 400여대라고 한다. 차량 1대가 하루 장애인 12명 정도를 감당하므로 차량 대수만으로는 별문제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배차부터 탑승까지의 대기 시간(금년 1~11월 통계)은 짧게는 25분(오전 3시), 길 때는 76분(오후 4시)이다. 자정부터 밤 11시까지 시간대별로 차이는 있지만 콜택시가 올 때까지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그걸 감안해 1시간 전에 미리 배차 신청을 하여 우연히 20~30분도 되지 않아 콜택시가 온다면 수업이 끝날 때까지 오래 기다리게 하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 등에 따르면 “특별교통수단의 운행 대수는 등록한 1급 및 2급 장애인 200명당 1대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법정대수를 산출하면 1, 2급 장애인 8만5968명÷200명=430대이다. 현재 보유차량은 487대이므로 규정을 초과한 숫자지만 노후차량 정비, 운전기사 결근 등으로 그날그날 운행하는 차량수는 400여대 이하라고 한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장애등급제(1~6급)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자도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교통약자 및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특별교통수단 100대 확대만 증액되었을 뿐,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른 목표치 반영, 법정기준 대수 미달 59개 시·군 지원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정부예산안에서 복지·보건·고용 예산은 1조2000억원이 줄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오히려 1조2000억원 늘었다. 힘 있는 국회의원의 지역구 예산은 증액하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장애인콜택시는 무료가 아니다. 5㎞까지 기본요금은 1500원이다. 도시철도 요금의 1.2배다. 택시, 버스,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 자들의 편의를 위한 특별교통차량이다. 정부, 지자체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이용하는 자들이 춥고 더운 날, 눈·비를 맞으며 밖에서 장시간 기다리지 않도록 따뜻한 정이 묻어나는 증차 계획을 수립하기 바란다.

노청한 |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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