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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사망자 10명인데 6명만 보고" 김용균씨 숨진 태안화력, 지난해 국감 때 '사고 축소'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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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지난해 국회에 산업재해 현황을 보고할 때 산재 사망자 4명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원청이 사망사고 숫자를 축소·은폐하려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017년 국정감사 때 서부발전에서 제출받은 발전소 관련 인명사상자 현황 자료를 16일 확인해 보니, 2008년~2016년 태안화력에서 일어난 산재는 모두 48건이었다. 이 중 45건이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발생했다. 사망사고는 모두 6건으로 사망자 6명 전원이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2010년 1월에는 창고 증축공사를 하던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졌고, 같은 해 9월에는 보일러 내 가설비계를 설치하던 노동자 1명이 또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2012년 4월에는 보일러 내부 작업 중 추락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2013년 12월에는 크레인 해체작업 중 와이어가 잘려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2014년 7월에는 석탄가스복합화력발전소 배수관로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났다. 2014년 12월에는 공사 중 생수병에 든 약품을 물로 착각하고 마신 노동자가 숨졌다.

그런데 국감에 낸 자료와 달리, 이 기간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최소 4명이 더 있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태안화력에서 2011년 9월28일 발전시설 외벽 공사를 하던 하청업체 직원 3명이 추락해 2명이 사망했다. 2016년 2월18일에도 컨베이어벨트를 고정하기 위해 시멘트를 붓던 하청 노동자 2명이 숨졌다. 두 사고는 국회 보고자료에 들어있지 않았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사망자가 10명인데 4명에 대해 보고하지 않고 숨기려 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부발전은 외부 자료에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외부에 공식 자료를 낼 때는 고용노동부 산재 자료를 제출하는데, 사망자 중 2명은 산재 승인을 받았는데도 누락돼 있어서 오류가 생겼다”고 말했다.

국감 보고 뒤에도 태안화력에서는 2명이 더 사망했다. 지난해 11월15일 3호기 보일러를 정비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청업체가 다친 노동자를 구급차 대신 승용차에 태워 병원으로 보낸 사실이 드러나 은폐 의혹이 일었다. 이어 지난 11일 새벽에 혼자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김용균씨(24)가 숨졌다. 김씨를 비롯해 2008년 이후 10년간 태안화력에서 숨진 노동자 12명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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