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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가화만사성’ 팰리세이드, 미니밴 품은 `통 큰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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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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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이나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은 미니밴을 선호한다. 선호한다기보다는 선택권이 한정됐다. 5인승 세단이나 SUV는 5명이 탈 수는 있지만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5명 이상은 탈 수가 없다.

그 틈새를 비집고 등장한 차종이 7~8인승 대형 SUV다. 이름 그대로 스포츠유틸리티를 즐기면서 가족 나들이용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가화만사성’ SUV다.

‘가화만사성’은 포드 익스플로러가 국내에서 수입 가솔린 SUV 판매 1위가 되는 데 한몫했다. 올들어 11월까지 판매대수는 6380대에 달한다.

가족형 SUV로 등장한 쌍용 G4렉스턴도 같은 기간 1만5411대가 판매되면서 티볼리, 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SUV 명가’ 부활을 알렸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현대·기아차는 대형 SUV에서 흑역사를 지녔다. 현대차 대형 SUV는 2000년대부터 있었지만 존재감은 미약했다. 형제 차종인 투싼, 스포티지, 싼타페, 쏘렌토가 국산 SUV 시장을 장악한 것과 달리 판매실적이 적었다. 당시에는 부담스러운 크기,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기대치를 밑돈 성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현대 테라칸은 2001년 출시됐지만 2007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현대 베라크루즈도 2006년 출시된 뒤 열 살도 되기 전에 단종됐다.

현재 기아 모하비와 현대 맥스크루즈가 판매되고 있지만 G4렉스턴에 한 참 밀려난 상태다. 모하비는 올들어 11월까지 7220대가 팔렸다. G4렉스턴 판매량의 절반 수준이다. 맥스크루즈는 같은 기간 1750대 팔리는 데 그쳤다.

절치부심한 현대차는 회심의 카드 ‘팰리세이드’를 12월 출시했다. SUV가 대세인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도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모델이다.

현대차는 개인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하고, 동승하는 가족의 공간도 마치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고객의 감성을 고려해 팰리세이드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차명도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해변지역에 위치한 고급 주택지구 퍼시픽 팰리세이즈(Pacific Palisades)에서 영감을 받아 명명됐다. 달리는 별장인 셈이다. 깎아지른 절벽이라는 뜻도 있다.

출발은 좋다. 사전 계약에 들어간 지 8일(영업일수 기준)만에 2만506대가 계약됐다. 국산 대형 SUV 1년 판매대수에 버금가는 실적을 8일 만에 거둔 셈이다. 그것도 타보지 않은 채 현대차가 제공한 일부 정보만으로 사전 계약이 이뤄졌다.

사전 계약 돌풍은 실제 판매 성과로도 이어질까? 직접 타보면 성패 여부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

시승차는 팰리세이드 디젤R 2.2 e-VGT 7인승 모델로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 ‘H트랙’을 채택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80x1975x1750mm다. G4렉스턴은 4850x1960x1825mm, 익스플로러는 5040x1995x1775mm다. 팰리세이드가 G4렉스턴보다 크고 익스플로러보다 작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팰리세이드가 2900mm로 G4렉스턴(2865mm), 익스플로러(2860mm)보다 길다. 그만큼 실내공간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팰리세이드는 덩치 큰 자동차가 즐비한 미국에서는 미드 사이즈에 해당하지만 국내에서는 풀 사이즈로 여겨진다.

전면부에서는 입체감을 강조한 매쉬 타입 대형 캐스케이딩 그릴이 자리잡았다. 그 옆으로 분리형 헤드램프와 수직으로 연결된 주간주행등(DRL)이 배치됐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램프처럼 세로형태다. 주간주행등은 폭포수를 연상시킨다. 깎아지른 절벽이라는 팰리세이드의 사전적 의미에도 어울린다.

헤드램프는 상향등과 하향등을 한 개씩 위아래로 배치한 미국형과 달리 상향등 한 개와 하향등 두 개를 적용했다. 2구 방식 대신 3구 방식을 채택, 전방 시야 확보 능력을 향상했다.

측면부는 근육질 카리스마를 내뿜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 굵직한 볼륨을 강조한 휠아치 등으로 강렬함을 표현했다.

후면부도 루프에서 파노라믹 리어 글래스로 이어지는 직각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같은 라인으로 강인함과 대담함을 강조했다. 리어 램프도 폭포수 형태의 세로 형태다. 캐딜락 CTS 리어램프를 닮았다. 후면 중앙에는 팰리세이드 레터링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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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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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세로’로 독창성과 강열함을 추구한 외관과 달리 ‘가로’로 안정감과 넉넉함을 강조했다. 날줄(세로 줄)과 씨줄(가로 줄)의 조화다.

실내에서는 현대차가 만든 수소전기차 넥쏘와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이 연상된다. 센터 콘솔 부분을 평평한 직사각형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센터 콘솔 기어 레버 자리에 버튼을 눌러 변속하는 전자식 변속 버튼(SWB)을 채택한 것도 같다. 기어 레버 공간이 없어서 그만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이 넓어졌다.

전자식 변속 버튼 옆에는 드라이브 모드와 험로 주행 모드를 작동할 수 있는 다이얼이 배치됐다. 험로 주행 모드는 운전자가 어떤 도로도 달릴 수 있도록 지형 맞춤형 드라이빙 시스템이다.

지형 조건에 따라 스노, 모드, 샌드 3가지 모드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레인지로버에 장착된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과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로 구성됐다.

7.5인치 컬러 LCD를 채택한 클러스터와 10.25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하이테크 이미지도 살렸다.

실내 공간은 화룡점정이다. 미니밴 수준으로 넉넉하다. 7인승이라 2열은 2명이 앉을 수 있다. 미니밴의 대표주자인 카니발 리무진처럼 넉넉하다. 가족용뿐 아니라 연예인용이나 비즈니스용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수준이다.

3열도 ‘폼’이 아니다. 3열은 보통 아이들만 간신히 앉을 수 있도록 만들지만 팰리세이드의 경우 성인도 앉을 수 있다. 시트 등받이도 앞뒤로 조절할 수 있다. USB포트와 컵홀더도 3열 편의성도 높였다. 다만 성인 3명이 앉기에는 불편하다.

2·3열 조절도 편리하다. 2열 시트 상하단에 설치된 워크인 버튼을 누르면 2열 등받이 시트가 전방으로 접히면서 이동해 3열 탑승자가 편하게 승하차할 수 있다. 러기지 사이드에 있는 버튼으로 3열 시트를 물론 3열 시트도 조작할 수 있다. 2열 시트 후방 트렁크 화물 적재용량은 1297ℓ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사람이 많이 타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여져 실내 공기 질이 악화되기 마련. 팰리세이드는 실내를 쾌적하기 만들기 위해 천정에 있는 대형 송풍구 4개를 통해 1~3열 공기를 순환시키는 ‘확산형 천장 송풍구’를 적용했다.

2·3열 탑승객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후석 스피커를 모두 음소거 모드로 전환해주는 후석 취침 모드도 갖췄다. 1열은 물론 2·3열에서도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열마다 USB 포트를 각각 2개씩 총 6개 설치했다. 운전자와 2·3열 탑승객들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후석 대화 모드 기능도 탑재했다. 후석 취침 모드, 후속 대화 모드는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할 때 쓸모 많은 기능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면 디젤 엔진음이 나지막하게 들린다. 스티어링휠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컴포트 모드에서 저·중속으로 달릴 때는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컴포트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처음엔 더디게 속도를 높이지만 답답한 수준은 아니다.

정숙성은 무난한 편이다. 엔진음과 풍절음이 유입되지만 시끄럽지는 않다. 실내 소음을 능동적으로 줄여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차음 윈드쉴드 글래스를 채택하고 흡차음재를 확대 적용한 효과다.

고속 구간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가속에 탄력이 붙는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는 않은 힘을 발산한다. 최고출력은 202마력, 최대토크는 45kg.m다.

오프로드 성능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강변 모래사장에서 샌드 모드를 선택한 뒤 주행할 때는 모래에 파묻히지 않고 잘 빠져 나온다. 랭글러나 랜드로버처럼 오프로드에 강한 ‘오프로더’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웬만한 오프로드에서는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안전·편의성도 우수하다. 방향을 바꾸면 제네시스 G90처럼 계기판에 사각지대 화면이 나온다. 사이드미러를 보지 않아도 안전하게 차선을 변경할 수 있다. 반자율 주행기능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해 고속도로에서 곡선구간을 통과할 때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곡선구간 자동감속’가 작동해 속도를 일시적으로 감속하거나 가속을 제한한다.

‘가화만사성’ SUV답게 어린아이 보호 기능도 갖췄다. 승객 하차 때 후측방 접근 차량과 충돌사고를 예방해주는 안전 하차 보조(SEA), 영유아를 비롯한 뒷좌석 동승자의 차량 내 방치사고를 예방해주는 후석 승객 알림(ROA)를 채택한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국내 SUV 최초로 영·유아용 시트를 안전하게 장착할 수 있는 ISO 규격 시트 고장 장치를 2열에 2개, 3열에 1개 적용했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7인승 기준으로 디젤 2.2 모델은 3622만~4177만원, 가솔린 3.8 모델은 3475만~4030만원이다. G4렉스턴 2.2 디젤 3448만~4605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익스플로러 가격은 5460만~5710만원이다.

팰리세이드는 미니밴을 품은 통 큰 SUV다. 가족용으로 SUV 살까? 미니밴 살까? 고민한다면 팰리세이드가 해답이 될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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