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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현대차의 위기탈출 해법은 럭셔리와 수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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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과 방향성을 발표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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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위기극복을 위한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현대차가 보유한 고유의 기술력으로 위기를 돌파해나간다는 전략이다. 기술력의 강점을 기반으로 정 부회장이 제시한 화두가 바로 ‘럭셔리’와 ‘수소연료전지차’다.

럭셔리 부문에서는 제네시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제네시스 브랜드로 편입된 뒤에도 과거의 ‘EQ(에쿠스를 의미)’ 모델명을 쓰고 있던 에쿠스를 제네시스의 ‘G90’으로 온전히 흡수하며 브랜드의 정체성과 라인업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제네시스의 ‘G70’이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럭셔리에 대한 정 부회장의 자신감도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G70’

수소차에는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2030년에 수소차 생산량을 연 5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을 목표로 7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수소차를 시작한 이래 가장 규모가 큰 마스터플랜이다. 정 부회장의 전략은 ‘뚝심 리더십’으로도 해석된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와 비전에 대해 재계에서 설왕설래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간 현대차가 투자해온 고급차 시장에 대한 도전과 수소차 개발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2016년부터 미국 시장을 두드린 지 2년여 만에 경사를 맞았다. 중형 고급 세단으로 제네시스의 막내 격인 ‘G70’이 업계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트렌드>가 선정하는 ‘2019년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것이다. <모터트렌드>는 G70의 경쟁상대인 BMW3 시리즈 등 후보에 오른 전체 19개 차종을 대상으로 비교 테스트를 실시했고, G70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모터트렌드>는 매년 말 익년 1월을 기준으로 올해의 차를 선정하기 때문에 G70의 경우 2019년 올해의 차다.

G70은 가솔린 2000~3300㏄ 엔진을 장착한 럭셔리 세단이다. 제네시스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작은 모델이다. 2019년형 G70의 경우 3700만~5228만원 사이로 가격이 책정됐다.

국산차가 <모터트렌드> 선정 올해의 차에 오른 건 처음이다. <모터트렌드>가 최근 몇 년간 선정한 올해의 차를 보면 2017년 쉐보레 볼트EV, 2016년 쉐보레 카마로, 2015년 폭스바겐 골프, 2014년 캐딜락 CTS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차들이다. 현대차의 경우 2011년 쏘나타, 2012년 아반떼, 2015년 제네시스 2세대(DH), 2017년 제네시스 G90, 2018년 스팅어가 모두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모터트렌드>도 선정 결과를 밝히면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터트렌드>는 “30년 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 현대차는 4995달러의 낮은 가격표에 조르제토 주지아로(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입은 엑셀을 미국에 출시했다”며 “당시 미국인들은 ‘현대’라는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제네시스는 BMW3 시리즈의 대항마인 G70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G70의 이번 수상이 향후 북미 시장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올 들어 북미 시장에서 판매량이 줄면서 고전해 왔는데 올해의 차 선정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G70은 미국 자동차 전문 매거진인 <카앤드라이버>가 선정한 ‘베스트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

제네시스는 정 부회장이 각별히 신경을 쓰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내에서는 독보적인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가졌던 ‘에쿠스’를 제네시스로 편입한 배경에도 정 부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제네시스에 편입된 에쿠스는 2년간 ‘EQ9000’이라는 별도의 모델명을 가졌지만 정 부회장은 올해 에쿠스를 제네시스의 ‘G90’으로 완전히 편입시켰다. 정 부회장이 올 들어 수석부회장에 임명돼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점을 감안할 때 제네시스에 대한 정 부회장의 애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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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2019년 올해의 차’로 선정한 제네시스의 ‘G70’.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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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 투자로 수소차에 힘 실어줘

정 부회장의 뚝심은 수소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에서도 확인된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현대차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다. 전기차에 비해 연료 충전시간이 짧고 운행거리가 길어 전기차보다 진일보한 미래기술로 꼽힌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새 전기차가 각광을 받았고, 테스트베드가 돼야 할 국내에서조차 수소차 보급이 미진하면서 자동차업계는 물론 현대차 내부에서도 수소차에 대한 미래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업계에는 “전기차냐 수소차냐를 놓고 현대차 내부에서도 혼란이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정 부회장이 내놓은 대답은 수소차였다. 현대차그룹은 11일 충북 충주에 있는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확대를 위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을 열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차의 엔진과 같은 핵심 부품이다. 내연자동차로 치면 엔진공장을 더 지은 셈이다. 현대차는 제2공장을 통해 현재 연간 3000대 수준인 생산능력을 2022년까지 연 4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날 수소차의 미래 마스터플랜인 ‘FCEV 비전 2030’도 공개했다. 협력사와 함께 2030년 국내에서 연간 기준으로 승용과 상용을 포함해 수소전지차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에 나선다는 게 계획의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약 124곳의 주요 부품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과 설비 확대에 모두 7조6000억원을 신규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투자는 정부가 혁신성장 전략 중 하나로 꼽은 수소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수소차가 활성화되려면 충전소나 수소가스 공급체계 등 인프라 투자가 필수적이다. 기공식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핵심부품의 성능·기술 개발을 확대 지원하고, 2022년까지 전국 수소충전소 310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기술 수준에 비해 판매량이 적은 현대차의 수소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정 부회장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현대차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온 수소차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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