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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편집자 레터] 마흔, 不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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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수 Books팀장


학생 시절 한문 배우러 여기저기 다닌 적 있습니다. 민족문화추진회, 전통문화연구회, 청계서당을 옮겨 다니며 주로 논어·맹자 같은 유학 경전을 읽었습니다.

엉터리 해석을 하며 장난을 치기도 했지요. 이런 식입니다. '논어'에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이란 말이 있습니다. 공자의 평소 행동을 기록한 '향당' 편에 나옵니다. 대개 '(공자는) 주량을 한정하지 않았는데 어지러움에 이르지는 않으셨다' 정도로 번역합니다. 그런데 '불급란'을 '불급/란'으로 띄어 읽으면 전혀 엉뚱한 해석도 가능합니다. '주량에 미치지 못하면 난동을 부리셨다'로요. 킥킥거리며 '불경(不敬)' 저지르는 일을 은밀히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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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불혹(不惑)', 쉰 살 '지천명(知天命)', 예순 살 '이순(耳順)' 등도 달리 해석해 봤습니다. 해당 나이가 되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라는 명령문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흔 살에는 이런저런 유혹이 많아지니 이를 멀리하라! 쉰 살에는 다른 자리 욕심나기 쉽지만 자신이 있을 곳을 잘 알아라! 예순 살에는 고집이 세지는 경향이 있으니 듣기 싫은 소리라도 역정 내지 마라!

유학 경전 번역서가 최근 잇달아 나왔습니다. 신간 '사서: 이치를 담은 네 권의 책'(나무발전소)은 한자 하나하나에 음을 달고 현대어로 풀어 썼습니다. 초심자가 읽기에 좋을 듯합니다. 전통문화연구회는 '오서오경독본' 시리즈로 '논어집주' '대학·중용집주' 등을 출간했습니다. '子(자)께서 말씀하셨다' 식으로 옮겨 친절하지 않지만 주희의 주(註)까지 모두 번역해 도움이 됩니다.




[이한수 Books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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