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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온난화가 덮쳐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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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눈 제조·담수 공장이 유망… 온난화 재앙을 신사업 기회로

친환경 제품으로 지구 살린다는 '그린 워싱'에는 속지 말아야

조선일보

위장환경주의

카트린 하르트만 지음 |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 260쪽 | 1만7000원


잘 배우고 선량하며 소득이 높은 시민일수록 환경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마트에서 채소 하나 살 때도 유기농 재배인지 살피고, 자동차를 고를 때 저공해 차인지 눈여겨본다. 자손에게 지구를 지속 가능한 생태로 물려줘야 한다고도 믿는다.

'위장환경주의'를 쓴 독일 언론인 하르트만은 이런 소비자를 안일하다고 비판한다. 환경 개선에 사실상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특정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 전략을 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기에 현혹된 소비자는 양심의 가책 없이 마음껏 소비하고 풍요를 즐김으로써 오히려 환경 파괴에 앞장선다.

네스프레소 캡슐을 선보인 네슬레는 소비자에게 커피를 짜고 남은 캡슐을 모아 수거통에 버리게 함으로써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기분까지 판다. 당연히 알루미늄 캡슐 쓰레기가 연간 최소 8000t씩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은 숨긴다. 환경을 생각하는 커피 애호가라면 이런 캡슐 커피를 사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들통나기 전 폴크스바겐이 펼친 각종 녹색 이미지 마케팅도 그린 워싱 사례로 꼽는다. 소비자들은 연비 좋고 환경에도 좋은 차를 골랐다며 윤리적 사치를 누렸지만, 차를 더 자주 굴리면서 환경을 지킬 방법은 없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유럽연합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바이오연료 의무화가 오히려 팜유를 생산하는 종려나무 재배를 늘리기 위해 열대우림 파괴를 부른 사실과, 2010년 멕시코만에서 최악의 석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BP가 '석유를 넘어(Beyond Petroleum)'라는 친환경 모토 아래 행한 기만적 환경파괴 사례도 열거한다.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소비자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옳다. 하지만 "자동차 없는 도심을 위해 투쟁하고, 활주로와 항구의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자본주의를 극복하자"는 주장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독일의 탈원전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독일이 대안으로 선택한 석탄 발전이 초래한 대기오염의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다.

조선일보

온난화 비즈니스

매켄지 펑크 지음 | 한성희 옮김 | 처음북스 | 400쪽 | 1만6000원

"자본주의는 환경의 적"이라고 한 하르트만과 달리 '온난화 비즈니스'를 쓴 언론인 펑크는 "자본주의와 환경보호는 양립할 수 있으며 지구온난화가 위기인 동시에 기회도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00년간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는 북극의 얼음이 녹으며 드러난 육지에서 캐낸 광물·석유 자원이 가져다준 풍요를 바탕으로 자치정부를 승인받았다. 대구·청어·넙치가 따뜻해진 해수 온도 덕분에 그린란드 해역에서 잡히기 시작했고, 밭에선 감자와 당근이 자란다. 심지어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무너지는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까지 몰려든다. 이스라엘이 네게브 사막에 물을 대기 위해 1950년대부터 육성한 담수기업들도 새로운 도약 기회를 잡았다. 온난화로 물 부족을 겪는 주변국에 연간 물 1000억L를 수출하고, 전 세계 400곳에 담수화 공장을 지어주며 돈을 번다.

해수면 상승으로 몰디브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2100년까지 방글라데시 영토의 5분의 1도 바다에 잠긴다. 하르트만은 온난화를 저지해 섬과 저지대를 구하자고 하지만 펑크는 저개발 국가들의 발전 욕구를 막을 수 없다며 온난화와 싸우기보다 비즈니스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한다. 침수 대비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네덜란드는 자연상태에선 100년 걸리는 사암(沙岩) 형성을 단 일주일 만에 끝내는 '스마트 흙'을 개발해 침수 위기에 빠진 국가들에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더치 도크랜드라는 회사는 떠다니는 별장과, 항구, 심지어 섬까지 만들기로 몰디브와 계약했다.

온난화로 인해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가 창궐하자 교미를 해도 알이 유충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수컷 모기를 창조한 게 인간이다. '뎅기열 확산을 막기 위한 유전자변형 모기 컨소시엄'이 결성되자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1970만달러를 지원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격언은 온난화와의 싸움에도 적용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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