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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政敵에 둘러싸였던 정조… 그가 꿈꿨던 조선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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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조 평전

박현모 지음|민음사|356쪽|2만3000원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재위 1776~1800)가 즉위 첫마디로 한 말이다. '죄인'의 아들이라고 왕위 계승을 저지하려 했던 정적들에게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세종이 즉위 일성(一聲)으로 "신하들과 함께 의논하고자 한다"고 했던 말과 대비된다. 세종은 태종의 정지 작업으로 비교적 순탄하게 왕위를 이었지만, 정조는 평생을 말안장 위에 앉은 듯한 긴장 속에서 지냈다.

지난 20년간 정조와 세종의 리더십을 연구한 저자는 정조를 정치적 이상과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했던 인간 정조의 모습을 그린다. 정조는 즉위 초 정치 보복 정국을 주도했다. 하지만 정적을 완전히 제거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재위 3년 정조가 세종대왕릉(영릉)을 직접 찾아간 것은 '살리는 정치'를 했던 세종처럼 자신도 더 이상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정조 독살설에는 반대한다. 뚜렷한 증거 없이 독살설을 말하는 것은 정치 냉소주의를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한다. 싱크탱크 규장각을 만들고 대통합 탕평으로 인재를 선발한 개혁 군주로서의 모습도 생생히 복원했다.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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