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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유치원 입학전쟁…감격의 `대기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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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72]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다. 지난 4일 오후 7시, 유치원 접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유치원 원서 접수·추첨 시스템인 '처음학교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무려 3만명이 대기 중으로 기다리라는 메시지가 떴다. 지난달 원서 접수 기간에 홈페이지가 먹통이 돼 수많은 부모들에게 원성을 샀던 시스템은 변한 게 없어 보였다.

25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홈페이지 메인 화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아이디를 입력했다. '대기'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로그인을 해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친정 식구에게 소식을 알렸다. 친정엄마는 "될 거라고 기대했느냐"며 당신은 기대도 안 했다고 했다. 이제야 '유치원 입학 전쟁'이 피부에 와닿았다.

대기번호가 몇 번인지, 경쟁률이 얼마나 되는지 등 아무 정보가 없었다. '대기'라는 두 글자만이 나를 절망케 했다. 유치원에 전화를 걸었다. 경쟁률이 얼마였는지, 대기번호는 어떻게 부여되는지 물었다. "경쟁률은 5대 1이고 대기번호는 시스템에 의해 정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 전까지는 추첨으로 대기번호를 정했다고 했다.

온라인 맘카페에는 처음학교로 추첨 과정이 공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원서 접수 결과를 공유하며 안도하거나 혹은 좌절했다. 이쯤 되니 나 역시 선발 과정이 과연 공정한지 의심됐다. 눈앞에서 공이라도 뽑으면 현실감이 있을 것 같은데 추첨 과정을 볼 수 없으니 답답했다. 이날 저녁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는 자녀의 유치원 선발 결과를 공유하며 엄마들이 울고 웃었다.

매일경제

지난 8일까지 유치원 일반모집 결과 확인 및 등록 절차가 끝났다. 9일부터는 남은 자리가 있을 경우 대기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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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학교로에 따르면 추첨은 유치원 원장이 입력한 선발기준번호와 유아의 주민등록번호, 접수순서를 바탕으로 몇 차례 난수를 만들고 다시 랜덤함수로 추첨하는 방식을 따른다. 전문가의 자문과 검증을 거쳐 공정성을 확보했다고 명시해 놨다.

당초 9일부터 대기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으나 성격이 급한 나는 5일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했다. 대기번호 '1번'을 확인하고야 화가 조금 풀렸다. 그나마 추첨 운이 따라줬다고, 어쩌면 유치원에 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처음학교로에 대기번호에 대한 기준은 공지된 게 없으나 짐작건대 지원자에게 추첨번호가 부여된 상황에서 유치원 정원에 맞는 인원을 선발하고 이후 남은 숫자를 순서대로 대기자로 전환하는 것 같다.

가장 가고 싶은 유치원을 1순위에, 나머지 유치원을 2, 3순위에 지원하는 까닭에 유치원 역시 남은 자리가 있을 경우 1순위 대기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나는 유치원 딱 한 곳에만 지원했다.

지난 8일까지 일반모집 결과 확인 및 등록 절차가 끝났다. 9일부터는 남은 자리가 있으면 대기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다시 처음학교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등록' 버튼이 생겼다. 드디어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유치원 원서 접수를 위해 접수 마감날 촌각을 다투며 맞벌이 증명 서류를 보내고 식은땀을 흘렸던 것을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느낌이다. 대학교 원서 접수보다 치열했던 유치원 원서 접수가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권한울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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